오바마 대통령은 도쿄도(東京都) 영빈관에서 열린 미·일 공동기자회견 직후 약 10분간 요코타 메구미(실종 당시 13세)의 아버지 시게루(滋·81)씨와 어머니 사키에(早紀江·78)씨, 다구치 야에코(田中八重子·여·납치 당시 22세)의 오빠인 이즈카 시게오(飯塚繁雄·76) 씨를 비공개로 만나 이같이 말하고 "일본 정부와 협력해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아베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 납치문제 담당상이 함께 했다.
시게루 씨 등은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납치문제 해결을 지원하고 일본 정부와 긴밀하게 연대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짧은 국빈 방문이지만 납북자 가족과 면담이 성사된 데에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납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아베 내각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 방문 이틀째인 이날 오전 첫 일정으로 도쿄 황거(皇居)에서 열린 환영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아키히토(明仁) 일왕 부부와 인사하고 육상 자위대를 사열한 뒤 이부키 분메이(伊吹文明) 중의원 의장과 아베 내각의 각료 등 일본 정·관계 주요 인사와 악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도쿄 미래과학관을 방문해 양국의 과학기술협력을 주제로 강연하고 이후 메이지(明治) 신궁을 방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 왕실이 주최하는 궁중 만찬을 끝으로 이틀째 일정을 마무리했다.
만찬 때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건배에 앞서 "양국 국민은 앞서 전쟁에 의한 고통스러운 단절을 극복하고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며 "이해를 한층 심화시켜 나가는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굿 이브닝(Good evening), 곤방와(일본어 저녁인사)"라며 인사한 뒤 "왕실는 2천년 넘게 일본인의 정신을 구현해왔다"며 "오늘 밤 그 정신을 폐하의 평화를 향한 마음속에서 느낄 수 있다"고 답했다.
황거 궁전의 대식당인 호메이덴(豊明殿)에서 열린 만찬에 자리한 170여명의 미일 양국 인사 중에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도 포함됐다. 음식은 프랑스 요리가 나왔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야마구치(山口)현 토산 술인 '다사이(獺祭)'와 유리 세공 전문가가 만든 술잔을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