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승무원은 선박이 기울자 초단파무선통신(VHF) 12번 채널을 사용해 사고 지점에서 75㎞나 떨어진 제주항만VTS(해상교통관제센터)에 조난사실을 알렸다.
세월호는 사고해역이 진도연안VTS 관할구역인데도 진도VTS(67번 채널)에는 신고조차하지 않았다. 세월호~진도VTS간 거리는 24㎞로 세월호~제주VTS간 거리보다 훨씬 가까워 통신 여건이 훨씬 양호하다.
세월호가 급박한 상황에서 굳이 멀리 있는 제주VTS에 구조요청을 했는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인천항만관제구역을 벗어난 이후부터 목적지인 제주VTS의 12번 채널만 켜놓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특히, 세월호에 정전과 급선회가 이뤄진 뒤 조난신고를 하기까지는 무려 6분 이상이 걸렸다.
세월호는 오전 8시 48분 37초에 36초간 정전이 발생했고, 이어 49분 37초에는 오른쪽으로 45도 급선회하며 균형을 잃었다. 하지만 세월호가 제주VTS에 '지금 배 넘어갑니다'라며 조난신고를 한 것은 8시 55분이었다.
이처럼 조난신고가 늦어진 것과 관련해, 교신 도달거리를 벗어나 교신에 어려움을 겪었던 게 아닌지 의혹이 일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보통 VHF 무전기의 전파 통달거리(通達距離)는 25~30마일(40.2~48.2㎞)인 반면 신고 당시 세월호와 제주VTS간의 거리는 47마일(75.6㎞)에 달했다”며 “4월에, 원래 없던 라디오 덕트(radio duct) 현상이 발생해 통신거리가 일시적으로 증가해 교신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교신과정이 여의치 않았음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라디오 덕트 현상이란 전파(電波)를 포착해 원거리까지 전파(傳播)시키는 대기층이 형성되는 현상으로, 초단파 이상의 전파를 가두어서 아주 적은 감쇠로 먼 곳까지 전파하는 작용을 한다.
세월호는 특히, 관제센터나 다른 선박과 교신할 수 있는 다른 VHF 무전기가 있었지만 국제조난채널(비상채널)인 VHF 16번 채널은 사용하지 않고 꺼놓았다.
이를 두고 사고 발생을 둘러싼 제반 상황을 은폐하기 위해 해경을 비롯해 인근 선박이 모두 들을 수 있는 16번 채널을 꺼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