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 딸 미안해, 대한민국 미워요' ·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을 위해 안산 올림픽기념관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에 아침부터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단원고 강모 교감과 2학년 학생 정모군 등 모두 47명의 학생과 교사들의 영정이 모셔진 분향소에는 23일 오후 6시 현재 모두 6천명의 시민이 찾아와 조문했다.
수천송이 국화꽃 속에서 엷은 미소를 띈 앳된 얼굴의 학생들을 보며 시민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연신 눈물을 훔쳤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로,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 각자 사정은 다르지만 모두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의 명복을 빌었다.
국화꽃 한 송이를 바치며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아내던 서울예대 이은지 교수는 "애들을 가르치는 입장이다 보니까 학생들의 희생이 황망하고 교육자로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너무 많은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주부 정지영(40)씨도 "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그냥 너무 슬프다"며 "너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은 사실이 슬프다"고 말을 흐렸다.
또래 학생들도 분향소를 찾아 친구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중학교 2학년 김지희(15)양은 "교회에서 알게 된 오빠가 단원고 2학년인데 아직 실종 상태"라며 "들러서 조문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학교가 끝나고 바로 왔다"고 말했다.
김 양은 "학교에서 구조가 다 됐다고 해서 걱정 안 했는데 그게 아닌걸로 나와 시험 기간에 공부도 못하고 괴로웠다"며 "다신 이런 일이 나지 않도록, 사고가 나도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안전 점검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살아남은 학생들에 대한 속깊은 걱정도 나타냈다.
김민정(15)양은 "피해자 가족들이 더이상 정신적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관리도 잘 해주고 단원고 10반 학생은 생존자가 한명 뿐이니까 남은 학생들이 반을 다 합쳐 공부해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도 분향소를 찾아 아이들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화장된 유골을 납골당에 안치한 뒤 부랴부랴 분향소로 달려온 유가족들은 흰 보자기에 싼 아이의 영정 사진을 조심스럽게 분향 제단 위에 올렸다.
가족들은 "아가, 천당 가서 있어. 이따 보자"라며 뜨거운 눈물로 아이를 떠나 보냈다.
아직 아이를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도 분향소를 찾아와 오열해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밖에도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대표가 분향소를 찾았고, 배구 감독 김세진 씨도 희생자들의 영정에 헌화하는 등 각계 각층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한편 지난 17일과 22일에 이어 또다시 단원고 학생의 시신이 뒤바뀌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초 희생자로 알려졌던 장모(17)군의 시신이 DNA 확인결과 정모군인 것으로 드러나
가족들이 또 다시 진도로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