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북한의 핵실험 준비 동향과 관련해 "북한은 언제든 기술적으로 핵실험을 할 수 있는 단계에 있고 사실상 모든 준비가 됐다"며 "한미 정보당국이 똑같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핵실험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핵무기 운반 조립, 각종 계측장비 반입·설치, 연결용 케이블 준비에 이어 계측장비와 지상 통제소 간 통신케이블 연결, 갱도 되메우기 등의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미 정보 당국은 현재 북한이 갱도 되메우기를 제외한 모든 준비 작업을 마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비유를 하자면) 항공티켓을 사서 오픈된 상태로, 언제든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 전문웹사이트 '38노스'가 핵실험 임박 징후가 부족하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38노스가 보는 위성사진은 흐릿해 정보당국에서 보는 것과 전혀 다르고 (정보당국은) 다른 수단도 보유하고 있다. 한미 정보당국이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
◈ 새로운 핵실험은 고농축우라늄 가능성 높아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플루토늄(PU)과 고농축우라늄(HEU)를 이용한 핵무기를 모두 보유하고 있으며 1·2·3차 핵실험에서 모두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실험을 실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2·3차 핵실험 당시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을 구분할 수 있는 방사능핵종을 탐지하지 못해 이때 고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실험이 실시했는지 여부는 단정하기 힘들다.
하지만 현재 군 당국은 3차 핵실험의 경우 고농축우라늄 핵실험도 실시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4차 핵실험에서도 역시 고농축우라늄 핵실험이 실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언급한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 역시 핵무기 소형화를 위한 고농축우라늄 핵실험이라는게 우리 군 당국의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농축우라늄은 원심분리기에서 천연우라늄을 고속으로 회전시키는 과정을 수천번 반복해 만들기 때문에 생산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반면 소규모 지하 은닉시설에서도 실험이 가능하고 플루토늄에 비해 크기가 작아 수송도 쉬운 장점이 있다.
대북 감시망을 피해 은밀하게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고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이 플루토늄 핵무기에 비해 효율적이다.
1·2·3차 핵실험 당시 상황을 돌아보면 국내외 정세변화 시기에 맞춘 장거리미사일 발사→UN 안보리 대북 결의→핵실험 시사→핵실험 실시라는 같은 패턴을 보였다.
하지만 현재의 경우 첫 단추라 할 수 있는 장거리미사일 발사가 빠져 있고 대북제재를 위한 유엔 안보리 결의 등도 없는 상태다.
그런데 북한은 지난달 30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형태의 핵실험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전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핵실험을 시사했다.
군 관계자는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이은 핵실험은 협상력을 높이는 방식이긴 하지만 북한은 이미 지난 2012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했기 때문에 이제는 굳이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고 바로 핵실험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핵실험 준비에 박차를 가한 것은 오는 25~26일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방한에 맞춰 핵실험의 외교·정치적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실제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할지, 아니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기만전술일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 재개 움직임이 보이고, 과거와 달리 중국이 북핵 불용 원칙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한 가운데 북한이 데드라인이라 할 수 있는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이전과 차원이 다른 국제적 고립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만약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그것은 (북핵 문제에 대응하는) 전체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구도가 바뀌는 근본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