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노동부, 한국 자동차업체 전방위 감사

안전청 "작업환경 실태조사", 업체들 "노조 길 터주기 의도"

미국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 업체들이 연방 정부의 특별감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남부지역 자동차 업계의 안전관리 강화 차원이라지만 한국을 비롯한 외국계 자동차 기업에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진출로를 터주려는 버락 오바마 정부의 정치적 계산이 숨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합뉴스 취재 결과 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청(OSHA·이하 안전청)은 최근 동남부지역 소재 한국 자동차 업체를 불시 방문해 근로조건과 작업환경 실태 조사를 벌였다.

안전청은 지난달 18일 광성과 한일이화를 시작으로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완성차공장(HMMA)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 5곳에 예고도 없이 조사관을 보내 근로환경을 집중 조사하고 직원들로부터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조사관들은 비정규직 직원 명단 제출도 요구했으며 피감 업체 측에 임시직의 안전도 고용주의 책임임을 주지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청은 곧 기아자동차 완성차공장(KMMA)이 있는 조지아주 소재 자동차 업체를조사할 것으로 알려져 특감이 전방위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지아주에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파워텍을 비롯, 만도, 대한솔루션, 세원 등 한국의 중견 기업이 기아차 공장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번 감사와 관련, 안전청의 빌 풀처(Fulcher) 조지아주 지국장은 22일(현지시간) 이례적으로 현지 한국 기업인들과 만나 감사 취지의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풀처 지국장은 "이번 감사계획은 지난해 동남부 자동차산업이 집중관리 대상에 선정됨에 따라 올해 1월14일 공시한 것"이라며 "공시된 감사 기간은 1년이지만 자동차 업체는 향후 2년에 걸쳐 불시 감사를 받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모임을 주선한 동남부 한미상공회의소 측은 "한국 회사들을 집중적으로 감사할테니 한국 기업인들을 불러달라고 안전청에서 연락이 왔다"며 "현지 자동차산업 분야에서 산업재해율이 높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현지 한국 업계는 "미국과의 허니문 기간이 끝났다", "오바마의 정치적 노림수가 보인다"는 반응 속에서 사태 추이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작년 민주당 정권이 자동차노조가 한국 등 외국계 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노동법을 고치는 것을 보고 전방위 감사가 실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며 "노조의 지지로 당선된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 전 노조에 선물을 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 안전청 감사에선 조사관만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으나 노동법 개정으로 노조 간부도 외부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출입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기업체 관계자는 "내년은 현대차의 미국 진출 10주년이 되는 해"라며 "앞으로 안전을 빌미로 군기를 잡겠다는 의도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 업체, 특히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들은 안전청의 불시 점검에 대비하고 있으나 작업장 환경 등 안전 기준 강화에 소요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근본적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 업체 간부는 "안전기준을 100% 만족시키는 회사는 없다"며 "벌금은 각오하고 있으나 노조 문제 대책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라고 털어놨다.

한편 애틀랜타 한국총영사관 관계자는 "안전청의 이번 감사는 앨라배마, 조지아, 미시시피 등 동남부 3개 주 자동차 업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감사 대상에 일본과 독일 등 다른 외국계 회사도 포함돼 있어 특별히 한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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