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실화에 바탕을 둔 또 한 편의 영화가 나왔다. 오는 2월 14일 개봉하는 ''추격자(나홍진 감독·비단길 제작)''다.
''추격자''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살인의 추억''이나 故 이형호 군 유괴를 그린 ''그놈 목소리''에 이어 실화에서 비롯된 이야기. 앞선 두 편이 하나의 사건을 전면에 배치해 심도있게 다뤘다면 ''추격자''는 특정 사건을 이야기 속에 녹여 넣으면서 자연스러운 연상작용을 일으킨다.
영화가 택한 사건은 2004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살인범 유영철. 비교적 최근 벌어진 일인데다 사건의 잔혹성으로 사회에 남은 기억이 또렷한 까닭에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관심이 높다.
출장 안마소 여자들을 대상으로 무차별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범 지영민(하정우 분)은 유영철이 투영된 인물이다. 여자만 골라 잔인한 방법으로 범죄를 가하는 점이나 어릴 때부터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당해 이유 없는 적개심을 쌓은 성향도 유사하다.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맡은 나홍진 감독은 영화의 토대가 되는 연쇄살인과 지영민을 두고 "유영철 사건을 빌렸다"고 밝히면서 "여러 명의 연쇄살인 범행을 분석하던 중 대부분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점을 발견했고 유영철 사건도 행태가 같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건을 소재로 차용한 ''추격자''는 현실과 영화적 상상이 만나 얼마큼 시너지를 낼지가 관심사다. 이런 가운데 ''그놈 목소리''가 세운 300만 돌파 기록은 ''추격자''의 성적을 점치는 좌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로 따뜻한 느낌의 영화들이 등장하는 연초 극장가의 틈을 뚫고 지난해 2월 1일 개봉한 ''그놈 목소리''는 흥행을 거뒀다. 끝나지 않은 사건으로 남은 유괴 살인이란 끔찍한 범죄를 다루면서도 당시 상황을 극박하게 표현한 덕분에 관객의 선택을 이끌어냈다.
''추격자'' 역시 개봉시기가 비슷하다. 새 각오, 새 기분을 원하는 새해 분위기와 달리 유영철이라는 진한 잔혹성을 예고하며 비슷한 때 개봉하는 영화들과는 ''다른 길''을 택했다.
물론 잔인한 살인범이 관객에게 남길 인상은 우려를 낳는다.
범인 지영민을 연기한 하정우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와 부모로부터 소외당하고 사회에게 버림받은 인물"이라며 ''사회의 희생양''임을 강조했지만 연출자 나 감독은 "인물의 성장과정까지 친절하게 보여주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어 표현 수위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