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서 개인택시를 운행 중인 기사의 한 마디에는 안산 시민들의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는 "밖에 나와있는 사람도 별로 없고, 택시 기사들도 전반적으로 의욕이 없어요. 사람들이 말을 잘 안 해요. 나조차도 집에 돌아가면 집사람과 대화를 잘 안하게 돼요"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택시 기사는 "안산시에서 주최하는 튤립축제는 물론이고, 택시조합에서 계획했던 체육대회 역시 취소 되거나 연기됐다"며 비탄에 잠긴 안산시의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지 일주일째인 22일. 안산 시민들은 각자 저마다의 일상 속에서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 속에 깊게 패인 상처 때문인지 그들의 발걸음은 무거워 보였다.
안산 상록수역 앞 먹자 골목은 한창 손님들로 붐벼야 할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모습이었다. 실제로 한 식당을 들어가보니 식사 중인 손님들은 한 테이블 밖에 없었다. 식당 사장은 "세월호 사고 이후 사람들이 외출이나 외식을 꺼리는 것 같다. 그나마 우리는 나은 편이지만 안산 고려대병원 부근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지인의 경우 저녁시간에도 손님이 거의 오지 않는다"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전했다.
안산 최대 번화가인 중앙역 부근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역 인근의 한 편의점 사장은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전부터 매출이 좋지 않았는데 세월호 사고 이후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침울해 했다.
영화관과 유통업체 역시 세월호의 슬픔을 피해갈 수 없었다. 안산의 한 대형영화관 관계자는 "요즘이 극장가 비수기이긴 하지만 우리 지점의 경우 주말 관객수가 평소 대비 50% 감소했다"면서 "간혹 극장을 찾는 관객들도 전반적으로 웃음이 사라졌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매장 내에서 신나는 음악을 틀면 고객들이 항의하는 사태까지 발생할 정도로 분위기가 많이 침체됐다"면서 "판촉행사나 영업활동 역시 최대한 자제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20년째 여행업에 종사했다는 안산의 한 여행사 대표는 "수학여행은 90%가 아니고 100% 취소다. 정부가 취소 패널티를 대신 내주겠다고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두 손 놓고 볼 수만은 없어 회사 차원에서 이를 감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축제는 물론이고, 관공서와 기업 세미나, 야유회, 골프장 예약 역시 모두 전면 취소된 상황에서 큰 손해가 예상된다"면서도 "하지만 같은 아파트에 사는 지인이 이번 세월호 사고의 희생자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도저히 남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고 안타까운 속내를 털어놓았다.
어린 승객들을 버리고 도망친 선장과 선원, 무리한 선박 시설 증축으로 사고를 야기한 선박회사, 우왕좌왕하는 미숙한 대응으로 초기의 황금같은 구조시간을 허비한 정부.
차디 찬 검은 바다 아래 갇힌 생때같은 자식들. 단 한 명만이라도 집으로 돌아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안산. 먹먹한 가슴을 부여잡고 하염없는 눈물을 속으로 삼키며 안산은 그렇게 끝모를 침묵에 잠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