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침몰] 만감 교차하는 서망항 어민들 "무슨 말을 하랴"

22일 찾은 서망항. 세월호 침몰 이후 전세계의 이목이 쏠린 진도항(옛 팽목항)에서 불과 1㎞가량 떨어진 이웃 항구다.

사고 발생 일주일이 지난 이날 서망항에는 북적대는 진도항과 달리, 적막과 쓸쓸함만이 가득했다.


꽃게잡이가 한창이어야 할 지금, 드문드문 드나드는 운반선만이 있을 뿐이다. 세월호 침몰이 서망항 어민들의 삶의 터전도 앗아간 셈이다.

서망항 해역은 꽃게의 서식지로 유명해, 매년 이맘때가 되면 꽃게를 사러오는 상인들과 관광객들의 발길로 분주했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썰렁하기만 하다. 침몰 사고로 인해 서망항을 찾는 발길이 뚝 끊긴 것.

한 어민은 "정부에서 사고 인근 지역으로 관광을 자제해달라고 하면서, 보다시피 이곳을 찾는 사람이 없다"고 호소했다.

관광만 문제가 아니다. 세월호 사고 지점은 꽃게의 주요 서식지. 하지만 지금은 구조 작업으로 인해 사고 지점으로부터 20㎞ 이내는 조업이 금지됐다.

이로 인해 어민들은 기존 어장을 잃어 새로운 어장을 발굴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새로운 어장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러다보니 꽃게잡이 어선과 항구를 왔다갔다하며 꽃게를 나르는 운반선의 꽃게량 역시 예년과는 비교가 안된다.

서망항 어민들은 지금의 상황과 관련해 '어민으로서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비통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였다.

한 어민은 "구조작업으로 인해 어장을 잃은 배가 상당히 많다"면서 "20㎞ 이외 지역으로 어장을 다시 꾸려야 하는데 옮기는 것도 옮기는 거지만 고기가 잡힐지 안 잡힐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물론 서망항의 어민들은 모두 "어장을 잃은 것이 세월호 침몰로 인해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의 슬픔에는 비할 게 못 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어민은 "생계에 지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큰 국민의 아픔인데 우리 소수의 불편함을 말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나도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뭐라 할말이 없다. 그저 가슴아프고 눈물밖에 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어민은 "어장이고 뭐고 아깝고 억울함을 보상할 곳도 없지만, 세월호 침몰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가슴아프고 눈물밖에 안난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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