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손 닿지 않아 진도VTS로 구조요청 못해"

"배 30도 기울어 진도VTS 교신기로 접근 어려워"

전남 진도VTS(해상교통관제센터).
침몰한 세월호가 사고해역을 관할하는 진도VTS(교통통제센터)와 교신하지 못한 이유가 "배가 30도 이상 급격히 기울었기 때문"이라는 선장과 선원들의 주장이 나왔다.

지난 21일 구속된 이준석 선장과 선원을 접견한 강정민 변호사에 따르면, 이준석(69, 구속) 선장과 조타수 조모(55, 구속)씨와 3등 항해사 박모(26, 구속)은 "배가 좌측으로 급격히 기울어진 상태여서 조타실에 있는 두 개의 교신기 중 왼쪽에 있는 교신기로 구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접근이 가능한 왼쪽 교신기가 제주VTS에 주파수가 맞춰져 있어 제주 측과 사고 첫 교신을 했다는 설명으로 진도VTS에 맞춰져 있던 오른쪽 교신기로의 접근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배의 상황에 대해 "느낌상 배가 30도 정도 기운 듯했다"고 선원들은 말했다.

선장이 직접 교신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선장이 급히 조타실로 이동하다 복도에 미끄러져 엉덩이와 갈비뼈를 다쳐 선장은 벽에 기대어 앉은 채 있었다"고 말했다.

1등 항해사 강모(42, 구속)씨가 제주VTS에 연락한 것은 "구조 요청을 하라는 선장의 지시"였다는 주장도 나왔다.


앞서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공개한 교신기록에 따르면, 1등 항해사 강씨는 사고해역과는 떨어진 제주VTS로 지난 16일 오전 8시 55분 사고 이후 첫 교신을 했다.

이후 제주VTS는 진도VTS로 오전 9시 6분에 세월호 상황을 알리고 진도VTS는 9시 7분부터 세월호와 30여분간 11차례 교신을 했다.

세월호 선장 등이 사고해역과 떨어진 제주VTS와 연락을 하면서 초동 대처 시간이 적어도 20여 분 정도 지체됐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세월호 선원이 왜 진도VTS에 연락을 바로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의문에 대한
선장과 선원의 증언이 나온 것이다.

침몰한 세월호(진도 전남도청 제공)
◈적극 대처 부재했던 세월호 선원...결국 '골든타임' 놓쳐

선장과 선원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제주VTS와 16일 오전 8시 55분부터 오전 9시 6분까지 교신을 10분 가량 한 상황을 돌이켜 보면 왼쪽 교신기의 채널을 적극적으로 진도VTS로 바꾸지 않은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조속한 구조를 위해서는 진도VTS로 교신을 시도하는 것이 상식적이기 때문이다.

또 세월호는 진도VTS의 관할 해역으로 들어가면서도 진도VTS와는 교신 자체를 하지 않아 규정을 어겼다는 의혹도 있다.

이런 점으로도 볼 때 선장과 선원 등의 대처가 일관되게 부실 그 자체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선장과 선원들이 진도VTS와 교신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앞으로 수사로 밝혀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선장과 선원들의 초동 대처 부재와 판단 실수가 이번 사고에서 실종자를 줄일 수 있었던 '마지막 골든타임(사고 발생 직후 구조를 위한 적기)'을 아깝게 허비했다는 거센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결국 이번 사고가 악재가 지속적으로 겹친 '대형 인재'라는 점이 또 한번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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