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을 것 없는' 북한…오바마 방한시 대북메시지 기다릴 듯

윤병세 장관 "종국에 이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 알고 있다"

북한 핵실험장이 있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사진=지오아이/RFA)
정부가 22일 대북 감청 결과로 보이는 군사 정보를 이례적으로 공개하는 등 북한의 4차 핵실험 징후가 곳곳에서 발견된다고 밝혔다. 북한의 '결단'은 25일 방한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에도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북한에서 나오고 있는 위협적 발언들을 소개했다. "4월 30일 이전에 큰 일이 일어날 것", "4차 핵실험이든 전선에서 문제가 나든, 뭔가 심각한 긴장이 생기기 직전의 분위기인데 큰 한 방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들이다.

발언을 한 인사나 발언의 구체적 시점에 대해 김 대변인은 "밝히기 곤란하다"며 설명하지 않았지만, 이는 대북 감청 내용으로 보인다. 그동안 북한 매체에서 이 정도 수위의 발언은 없었다.


공식 브리핑에서 감청 정보를 밝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인데, 그만큼 북한의 핵실험 준비 상황이 구체적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는 최근 차량 이동이 증가하고 갱도 가림막이 설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6자회담 재개 요구를 번번히 거절당한 북한이 4차 핵실험이라는 충격 요법을 불사할 가능성은 계속 거론돼 왔다. 북한은 "핵실험을 하더라도 크게 잃을 게 없어 보인다(야마구치 노보루 일본 방위대 교수)"지만 동시에 "현 시점에서 4차 핵실험의 실익이 없다(칭샤오허 중국 인민대 교수)"고 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핵실험이 '단추만 누르면 되는 단계'에 와 있다는 것이고, 결국 방아쇠를 당기는 것은 북측의 정치적 판단이라는 것이다. 6자회담 재개 여부에 앞서 당장 25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내놓을 대북 메시지가 주목되는 이유다.

한 외교 소식통은 "우리가 대북 감청을 하고 위성사진을 확인한다는 사실을 북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오바마 방한 전에 핵실험을 준비하는 모습을 '일부러' 보여주면서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위협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판단할 경우 핵실험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한마디로 현재로서는 북한이 '대미 압박'과 '4차 핵실험 강행'이라는 두 가지 의도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데,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내용에 따라 '4차 핵실험 강행'으로 무게추를 더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중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미가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강고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 해 4월처럼 '강 대 강' 국면이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아산플래넘 2014' 기조연설에서 "국제사회는 더 이상 북한의 핵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역사를 통해 우리는 종국에 이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고 있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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