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다저스가 스스로 무너진 탓도 있었다. 특히 1회 공수에서 과욕을 부린 1번 타자 우익수 야시엘 푸이그의 아쉬운 플레이가 있었다.
푸이그는 1회 무사 1루에서 상대 지미 롤린스의 뜬공을 놓치면서 안타가 됐다. 2루수 키를 넘는 애매한 타구는 중견수 맷 켐프가 잡을 만했다. 그러나 푸이그가 전력질주했고, 결국 글러브를 맞고 튀었다. 다저스 선발 폴 마홈은 이후 카를로스 루이스에 2타점 2루타를 맞았다.
공격에서도 푸이그는 아쉬움이 있었다. 세심하지 못한 주루 플레이에 득점 기회가 무산시켰다. 선두 타자로 나와 안타로 출루한 푸이그는 후속 공격 때 2루까지 진루했다. 2사에서 애드리언 곤잘레스의 2루 내야 안타성 타구에 홈까지 뛰어들다가 상대 2루수 체이스 어틀리의 홈 송구에 걸려 아웃됐다. 상황을 살피고 뛰었다면 2사 1, 3루에서 리를 압박할 수 있었다.
물론 여기에는 노려한 어틀리의 수비도 있었다. 1루로 던지려다 늦었다고 판단한 어틀리는 1루 송구 대신 3루를 돈 푸이그를 보고 곧바로 홈으로 송구해 이닝을 마무리지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는 경기 후 어틀리의 수비에서 2008년 월드시리즈를 떠올렸다. 어틀리가 탬파베이와 5차전에서 나온 재치있는 수비를 재현했다는 것이다.
당시 3-3으로 맞선 7회 2사 2루에서 어틀리는 상대 아키노리 이와쿠마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잡았다. 어틀리는 1루로 송구하는 시늉만 했고, 이에 속은 2루 주자 제이슨 바틀렛은 홈까지 뛰다 아웃이 됐다.
결국 7회 실점 위기를 넘긴 필라델피아는 7회말 1점을 내 4-3 역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어틀리의 수비는 당시 비로 하루 반나절이 연기됐다 재개된 5차전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6년 만에 다시 어틀리가 노련한 수비로 쿠바산 야생마를 잡아낸 것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주체할 수 없는 질주 본능에 수차례 호되게 당했던 푸이그로서는 또 다시 소중한 교훈을 얻은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