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침몰]"인양 얘기 함부로 하지마" 생환 믿고싶은 가족들

전남 진도항에서 구조 소식만을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이 바다를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인양이라는 말 왜 함부로 쓰십니까. 무조건 구조입니다. 인양이라는 말 나오면 안되는 겁니다".


세월초 침몰 일주일째인 22일.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진도체육관에서 해경 관계자가 선체 인양 계획을 설명하자 학부모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곧바로 항의했다.

해경은 발끈하는 가족들 앞에 "오해는 마시라. 구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사과하며 진땀을 뺐다.

인양은 곧 생존자 구조 포기로 받아들여지기에, 가족들은 인양 얘기가 나오는 것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불과 일주일 전만해도 수학여행을 떠난다고 짐을 챙기던 아이를 떠올리며 실종자 가족들은 마지막 한 줄기 희망을 부여잡고 힘겹게 버티고 있다.

하지만 인양된 시신만 현재까지 100구를 넘어서는 등 희생자만 늘면서 가족들의 기다림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온전히 시신을 수습하기를 바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함도 조금씩 업습하고 있다.

가족들은 전날 처음으로 실종자 구조 및 시신 수습의 마지노선을 제시하며 막판 구조에 총력을 기울여줄 것을 요청했다.

가족 대표들은 해경측에 "조금(조수 간만의 차가 줄어드는 때) 기간인 이번주 목요일까지 구조와 수색을 모두 마무리해달라"고 요구한 상태이다.

24일을 수색의 1차 마지노선으로 둔 것은 선체 인양을 언제까지 미룰 수만은 없다는 여론이 조금씩 형성되고 있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편 이날 오전 다행히 살아있는 아이들을 품은 생존자 단원고 학부모들이 "구조를 서둘러달라"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자, 진도체육관에는 또 한번 울음이 터졌다.

부모의 마음은 모두 똑같을 것. 우리 아이만 살아왔다는 죄송함과 안타까움 때문일까. 생존자 학부모 대표가 호소문을 발표하며 울먹이자 이를 대형 전광판으로 지켜본 실종자 가족들도 함께 뜨거운 눈물을 훔쳤다.

일주일만에 잠잠해지는 바다가 야속하지만, 가족들은 막판 구조에 힘을 쏟아 성과를 내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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