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세월호 사고대책, 왜 대통령만 바라보나?"

눈치를 보게 만들어 놓고 눈치만 보는 공무원 퇴출한다면?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틀째인 17일 오후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피해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공직사회를 강하게 질타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실종자 가족들을 만났더니 공무원들에 대한 불신이 너무나 컸다"면서 "국민들이 공무원을 불신하고 책임행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면 그 자리에 있을 존재의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헌신적으로 근무하는 공무원들까지 불신하게 만드는, 자리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들은 우리 정부에서는 반드시 퇴출시킬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청와대도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긴급수석회의를 열어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해 지시한 내용을 18개 항목으로 세분화해 각 수석실별로 소관사항을 배분하고 각 부처를 독려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청와대의 이런 움직임이 오히려 일선 정부부처에서 청와대의 눈치를 보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세월호 사고대책, 왜 박근혜 대통령만 바라보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사항을 듣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사진=윤성호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공직사회 기강잡기에 나선 건가?

= 그렇게 봐야 할 것 같다. 상당히 고강도의 공직사회 쇄신을 선언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특별수석비서관회의에서 "현장에 내려가서 실종자 가족들을 만났더니 공무원들에 대한 불신이 너무나 컸다"면서 "국민들이 공무원을 불신하고 책임행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면 그 책무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고, 그 자리에 있을 존재의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공무원들은 그 말 자체 의미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면서 "헌신적으로 근무하는 공무원들까지 불신하게 만드는, 자리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들은 우리 정부에서는 반드시 퇴출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그 이유와 사유를 모든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알려서 자리보전을 위한 처신이 자리 잡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고의 원인은 앞으로 수사 결과에서 정확하게 밝혀지겠지만 저는 반드시 단계 단계별로 철저하게 규명해서 무책임과 부조리, 잘못된 부분에 대해선 강력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박 대통령은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 엄정히 수사를 진행해서 국민들이 의혹 갖고 있는 부분에 대해 한 점 의혹 없도록 철저히 신속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면서 "과거부터 음성적으로 해 오던 많은 일들과 적당히 넘어가는 무사안일주의에 대해 철저히 책임을 묻고 제대로 바로 잡아서 재발되는 일이 없도록 해 주기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세월호 선박 수입부터 면허 획득, 시설 개조, 그리고 안전점검과 운항 허가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진행 과정을 철저히 점검해서 단계별 문제점과 책임소재를 명확히 밝혀내기 바란다"면서 "법과 규정을 어기고 매뉴얼을 무시해서 사고원인을 제공한 사람들과 침몰 과정에서 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사람들, 또 책임을 방기했거나 불법을 묵인한 사람들, 단계별로 책임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공직사회의 기강을 분명하게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지난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긴급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 이번 사고를 계기로 내각 총사퇴 또는 전면 개각설이 나오는데?

= 그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그렇지만 시기는 유동적으로 보인다.

일단은 사고수습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우선은 차디찬 바다 속 선박 안에 갇혀있는 승객들을 찾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하고 선박을 인양해서 사고원인을 제대로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사고수습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면 내각 총사퇴가 됐건 전면 개각이 됐건 물갈이 인사가 단행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여권의 한 중진의원은 "국무총리를 비롯해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 장관과 해양경찰청장의 경질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그동안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여러 부처 장관들이 개각대상으로 거론된다.

특히 6.4 지방선거에서 '세월호 참사'가 최대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여권으로서는 전면개각을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야당에서도 일단 사고수습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뒤 내각 총사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한다. 야당의 한 중진의원은 "전면개각에 가까운 인적 쇄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단계별로 책임을 묻겠다는 언급은 했지만 정부의 책임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내각 총사퇴 카드를 꺼낼지는 미지수다.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사진=황진환 기자)
▶ 새로운 재난대응 컨트롤타워가 만들어지는 건가?

= 글쎄? 아직은 미지수지만 새로운 조직이 탄생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중대본(중앙재해대책본부)이 있으나 이번에 보니 위기시 현장과 부처 간 협업과 통일된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다 강력한 재난대응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이와 관련된 방안을 빠른 시일 내에 검토하기를 바란다"고 지시했다. 따라서 새로운 조직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 9.11 테러 직후 국토안보부를 신설했듯이 우리도 새로운 조직을 만들거나 아니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확대개편해서 안행부 장관이 아닌 국무총리가 본부장을 맡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육상에서의 재난이나 화재 같은 대형 재해는 경찰과 소방방재청을 지휘하는 안전행정부가 해상에서의 사고는 해양수산부가 항공이나 철도 같은 재난의 경우에는 국토교통부 소관업무이므로 이를 통합하기 위해서는 총리나 대통령이 본부장을 맡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여기에 군대를 수월하게 동원하기 위해서라도 국무총리가 본부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모든 언론에서 중대본이 문제 있다고 지적하는 만큼 조직개편은 불가피해 보인다"면서 "각 전문분야별로 세분화하거나 이를 한꺼번에 통할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조직개편이 능사인지는 미지수다. 지금의 중대본 시스템이 잘못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안효대 의원은 21일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서 "중대본 하드웨어는 잘돼있는데 소프트웨어가 전혀 안 돼 있다"면서 "어느 정도 수습을 한 뒤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만 터지면 조직이나 예산타령을 하는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정부조직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이 터질 때마다 새로운 무기를 사들이는 국방부를 보면 컨트롤타워 수립은 새로운 조직을 신설하기 보다는 기존의 조직을 활용하는 방안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사진=윤성호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를 하는 대신에 공무원 탓을 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데?

=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로 공황상태에 빠진 국민들을 향해서 자리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은 반드시 퇴출시킨다고 선언을 했으니까 후속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공직사회에 찬바람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렇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곰곰이 검토해보면 내 탓은 없고 네 탓만 있다.

사실 이 정도로 국민들이 슬픔에 잠기고 일이 잡히지 않는 무기력에 빠져있다면 대통령이 국민들을 위로하고 정부의 잘못된 대응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하는 게 우선이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의 발언을 아무리 읽어봐도 피해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깊은 애도를 표했지만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말은 없고 공무원들과 선장 선원들만 탓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사태가 이렇게 커진 것은 현 정부의 무능과 시스템 부재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고 예방은커녕 초기 대응에서부터 구조작업에 이르기까지 우왕좌왕, 갈팡질팡 무엇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이에 대해 국민들에게 먼저 사죄해야 한다. 이런 참사를 불러온데 대해 국정최고책임자로서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철저한 뒷수습을 약속해야 한다. 그 다음에 관련 공무원이나 관련 선박회사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에 대한 책임을 거론해야 한다.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인터넷이나 SNS에서는 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을 두고 '유체이탈화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또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지나치게 세세하다. 세밀한 지시가 필요하고 때로는 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지만 대통령이 모든 상황을 꿰뚫고 있거나 컨트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통령의 이런 모습이 오히려 공직사회를 경직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 박 대통령의 만기친람이 공무원들의 눈치 보기를 조장한다. 그런 얘기냐?

=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만기친람', '깨알수첩' 인데 제왕적 리더십을 나타내는 말들이다.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 국무회의의 분위기를 보면 상당히 경직돼있다. 박 대통령이 깨알 지시를 내리면 청와대 참모나 각 부처 장관들은 대부분 머리를 숙이고 받아 적기에 바쁘다. 그래서 청와대 주변에서는 '적자생존(적는 자만이 살아남는다)'이란 유행할 정도다.

누구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박근혜 정부 고위공직자에게 들은 얘긴데 "대통령이 너무 많이 안다" "회의장에 들어가면 분위기가 싸늘해지면서 무슨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몰라도 되는 세세한 내용까지 너무 챙기니까 참모들이나 장관들이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 취임 100일을 평가하면서 "박근혜 정부 참모들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위치의 지인에게 말을 듣기로 참모들이 박대통령을 어려워하는 걸 넘어 숨도 못 쉴 지경의 분위기라고 하더라"라고 말한 적도 있다.

실제로 언론에 비쳐지는 국무회의의 모습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내용을 열심히 읽고 있고, 국무위원들은 그것을 받아 적기에 바쁘다. 국무회의는 국정 주요현안을 두고 토론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일방적으로 받아 적는 상명하달 형식으로 진행된다.

업무처리방식도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책임총리, 책임장관을 역설했지만 지금 정부에서는 대통령의 목소리만 들릴 뿐 국무총리나 장관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박 대통령이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신설해 직접 주재하는 끝장토론이 방송을 통해 중계방송 됐다. 그러면서 기존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는 설자리를 잃게 돼 버렸다. 민간 위원장은 사표를 냈고, 정부 쪽 실무자인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석 달째 공석이다.

박 대통령은 또 통일준비위원회를 신설해 스스로 위원장을 맡았다. 이렇게 되자 헌법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존재 이유가 없어졌고, 통일부는 어디에서도 존재감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부처의 국장급 인사도 청와대 눈치를 봐야한다. 한 정부부처는 국장급 승진 전보인사안을 청와대에 보고한 뒤 한 달 넘게 기다리다가 결국 과장급 인사를 먼저 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른 사례는 지금 정부부처에서는 승진인사나 산하기간 인사를 올릴 때 청와대 눈치를 보는데 이전 정부에서는 1번으로 올리면 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지금은 1번으로 올라가면 거의 안 된다고 한다. 2번이나 3번으로 올려야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작 되어야 할 사람보다는 의외의 인물이 낙점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는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한마디로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도록 해놓고는 눈치만 보는 공무원들은 반드시 퇴출시키겠다고 선언했으니 공무원들로서는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대통령의 만기친람이 근본원인인데 눈치 보는 공무원만 탓하면 공무원들로서는 눈치를 보자니 책임이 없다고 할 것이고 책임지고 업무를 수행하자니 너무 나댄다고 질타를 하는 상황이니 결국 내 탓은 없고 네 탓만 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상황 이지었지만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뒤 나흘이 다 되도록 선체내부에 진입하지 못하자 '청와대 지시가 없어서'라는 웃지 못 할 말이 나돌기도 했다. 현장의 기상이나 조류로 인한 상황이 나빠서 선박내부 진입 늦어진 것인데 세간에는 그런 말들이 나돈 것이다.

이번 침몰사고를 보면 현장지휘자들이 책임지고 결단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선장이 자리를 비운사이 1등 항해사가 승객 탈출을 결단하지 못하는 모습이나 해경이 승객을 탈출시키라고 결단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장면들이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이런 결단은 평소에 현장지휘관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할 때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에서는 청와대가 모든 걸 컨트롤 하려고 한다. 일선 정부부처에서는 청와대의 눈치를 살피느라 할 일을 제 때 추진하지 못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얘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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