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비 렌저 유엔 남수단 특별임무단 부대표는 지난주 반군이 정부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여 북부 유전지대 벤티우를 재탈환하고 나서 이틀 동안 이슬람 사원, 가톨릭 교회 등에 피신해 있던 딩카족 민간인들을 마구잡이로 살해했다고 밝힌 것으로 AFP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렌저 부대표는 지난 20, 21일 양일간 벤티우를 방문해 주변 도로와 시장, 종교시설 안팎에 시신들이 쌓여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며,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참혹한 광경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살바 키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전임 리크 마차르 부통령을 따르는 반군은 올 1월 체결한 휴전협정에도 지난 15일 정부군의 통제하에 있던 벤티우를 재탈환하고 대통령이 속한 최대 부족인 딩카족 주민들을 살해하기 시작했다. 마차르 부통령은 남수단 두 번째 규모인 누에르족 출신이다.
렌저 부대표에 따르면 반군들은 벤티우에서 가장 큰 이슬람 사원 한 곳에서만 딩카족 주민 200명을 살해했으며, 가톨릭 성당과 방치 상태인 세계식량계획(WFP) 구내 등지에서도 살육을 이어갔다.
사망자 중에는 북수단 출신 상인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북수단 서부 다르푸르 지역의 반군세력이 키르 대통령 정부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보복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고 BBC의 남수단 분석가는 전했다.
이 지역의 한 병원에서는 반군들이 자신들을 마중 나오지 않고 숨어 있었다는 이유로 여성들과 어린이들까지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군들은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도 들러 누에르족 남성들에게 딩카족 여성들을 강간하라고 부추기는가 하면, 딩카족은 모두 도시를 떠나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렌저 부대표는 남수단 상황이 갈수록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어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라며, 2만2천 명이 피신한 벤티우 소재 유엔 캠프에 수천 명이 더 몰려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난민들에게 1인당 하루 1리터의 식수도 돌아가지 못하는 형편에다 용변시설은 350명당 1개밖에 없다고 밝혀 인도주의적 위기가 닥쳐올 것임을 예고했다.
한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국제사회가 즉각 조처를 하지 않으면 남수단에서 1백만 명의 주민이 수개월 내에 기근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