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검경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부) 등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사고 당일인 16일 오전 8시48분 3등 항해사 박한결씨(26.구속)는 조타수 조준기씨(55.구속)에게 오른 쪽으로 5도 선로를 변경하라고 지시했다.
맹골수도는 인천에서 출발한 세월호가 제주도를 향하기 위해 배의 방향을 바꿔야하는 변침지점이다.
하지만 이때 조타기는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많이 돌아가 배가 급선회하면서 한바퀴 돌아갔다는 게 조씨의 진술이다.
조타수 조씨는 조타기가 말을 듣지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지난 19일 영장실질심사 직후 "키를 평소처럼 돌렸는데 (평소보다) 많이 돌았다며 실수도 있었지만 키가 유난히 빨리 돌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조류가 급한 지역에서는 조타기가 작은 힘으로도 많이 돌아갈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월호는 인천항에서 출발할때부터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채널을 고정하고 교신을 했기 때문에 당시의 교신 내용이 침몰 직전의 상황을 알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제주 VTS는 침몰사고 직전인 16일 오전 8시 55분 이전의 교신내용을 아직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합수부는 세월호와 제주 VTS 사이에 오고간 이날 오전 8시 55분부터 오전 9시 5분까지의 짧은 교신 내용만을 공개했다.
8시 55분부터 시작된 교신 기록에서 세월호는 제주 VTS에 "아 저기 해경에 연락해주십시오. 본선 위험합니다. 지금 배 넘어갑니다"라고 다급하게 알렸다.
"본선"이라는 표현을 보면 이전에도 세월호가 제주 VTS와 여러 번 교신을 주고 받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생존자들과 목격자들의 진술을 종합해 봐도, 침몰한 세월호는 합수부가 교신을 공개한 시점보다 훨씬 앞서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침몰 이전 수십분 전에 두차례에 걸쳐 배가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는 생존자 증언이 있을 뿐아니라, 오전 7시가 넘은 시각에 이미 배가 멈췄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더군다나 경기도 교육청은 21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사고 당일(16일) 오전 8시10분께 제주해경(소속)이라는 사람에게 전화를 받았다고 학교 관계자로부터 보고 받았다"고 확인했다. 교육청은 "제주해경 측에서 배에 탑승한 교사의 전화번호를 물었다"고 밝혔다.
이는 제주해경 역시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도 먼저 세월호에서 뭔가 이상 징후가 발생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에 따라 합수부가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제주 VTS와의 나머지 교신 기록도 조속히 공개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한 전문가는 “여러 정황상 교신 이전에 배에 이상이 발생했지만 선장이 자체적으로 수습을 하려고 하다가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맞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여기에서 회사(선주)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중요한 변수”라고 밝혔다.
이 전문가는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해당 선박은 회사 측에 즉각 보고하는 게 관례"라며 "세월호와 회사 측과의 교신 내용도 함께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관계자에 대해 소환조사한 데 이어 실소유주인 유병헌(73) 세모 전 회장 일가와 함께 관련 회사 관계자들을 출국금지하는 등 수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