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침몰]서해훼리호 생존자 "기적이여 다시 한번"

전북 부안 서해훼리호 사고 당시 생존한 정광우 씨, 실종자 구조 간절히 빌어

시간이 흐를수록 희망이라는 단어보다는 기적이라는 단어에 무게추가 더 쏠리고 있다.

줄어드는 실종자 수만큼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만큼 간절하게 기적을 바라는 이가 있다.

매년 10월 10일이면 미역국을 먹으며 생일상을 차리는 정광우(77.전주시 진북동) 씨.

1993년 10월 10일 전북 부안군 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서해훼리호 참사로 292명이 숨지고 70명이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정 씨는 그 70명 중 한 명이다.


서해훼리호가 전복되면서 바다에 빠진 정 씨는 몇 번의 기적을 거치며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허우적거리던 정 씨 앞으로 떠밀려 온 아이스박스는 기적의 시작이었다. 그는 아이스박스를 부여잡고 한 시간 반가량 3~4m가 넘는 파도와 사투를 벌였다.

기진맥진 탈진 직전에 그의 곁에 다가온 구명보트. 서해훼리호에 실린 5개의 구명보트 중 3개는 작동을 하지 않았고 1개는 사람 한 명 싣지 못하고 뭍으로 흘러갔다. 유일하게 제 몫을 한 구명보트를 만난 것이다. 또 높은 파도에 휘청거리던 구명보트를 발견하고 구조해 준 고기잡이배 '종국호'도 또 하나의 기적이었다.

연이은 기적 속에 정 씨는 살아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구조 뒤 사고 상황 등을 담은 수기집 '서해에서 다시 태어난 나'를 펴냈다. 또 그의 집에는 '서해갱생(西海更生)'이라 쓴 액자를 걸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아.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가슴이 벌벌 뛰어. 그러면 잠을 못 자"

사고 당시 상황을 떠올리다 절레절레 고개를 내젓는 정 씨.

"나에게 일어났던 기적이 세월호 승객들에게도 일어났으면 좋겠어."

그는 마지막 한 마디 말은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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