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나 철도 등 다른 이동수단에 비해 허술한 여객선 탑승 시스템으로 미뤄 볼 때 최근 집계된 명단 외 무임승차 인원이 더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월호 총 승선자 수는 사고 초기부터 혼선을 빚었다. 정부와 청해진해운은 사고 발생 후 전체 탑승객 수를 수차례 바꿔 발표했다.
사고 당일인 16일 오전 최초 477명으로 밝혔다가 오후 들어 459명, 462명으로 바꾼 뒤 오후 늦게 475명으로 다시 정정했다. 하루에 3차례나 바뀌었다.
그러나 이틀 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선사가 작성한 명부를 기초로 확인한 결과 승선자는 476명으로 1명 더 늘었다고 발표했다.
승객 2명이 안개 때문에 출항 여부가 불명확해지자 비행기를 탔거나 귀가했고, 생존자 중 3명이 승선원 명부를 작성하지 않고 차량에 동승해 결과적으로 1명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최종 승선자 수가 중요한 이유는 실종자 수를 파악하는 단서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종 승선자 수가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사망자와 구조자를 뺀 나머지를 실종자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공식 발표한 476명도 정확한 탑승 인원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당시 세월호에 무임승차한 인원이 몇 명이었는지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의 한 고위 관계자는 20일 "추가로 확인된 3명이 모두 무임승차 인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폐쇄회로(CC)TV를 보고 평소 세월호를 자주 이용하던 화물차량 기사들의 얼굴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해경이 이날 공개한 세월호와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의 교신 전문을 봐도 선사 측이 탑승 인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던 정황이 나온다.
사고 당일 오전 9시 13분께 진도VTS가 "현재 승선원이 몇 명입니까"라고 묻자 세월호는 "네, 450명입니다. 약 500명 정도 됩니다"라고 답한다.
선사 측도 무인승차 인원을 알 수 없어 최종 승선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에 대해 부정하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한 관계자는 "현재 무임승차한 승객이 더 없다고는 말 못한다"며 "있어도 많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선사 측은 정부의 '476명' 수정 발표가 있기 전 한 화물차량 기사의 부인이 무임승차했다가 사망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명단에 없던 사망자였다. 이 인원이 정부가 18일 발표한 추가 인원 3명에 포함됐는지는 선사 측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장거리 화물차량 기사들 중에는 부인과 함께 일을 다니는 이가 많다. 이동 중 비가 오면 적재 화물 위에 천막을 쳐야 하는데 혼자는 힘들고 일을 빨리 끝내기 위해 부인을 함께 데리고 다니는 것이다.
세월호를 평소 자주 이용했던 화물차량 기사 정모(45)씨는 "예전에는 집사람하고 같이 일을 다녔다"며 "장거리 화물은 이동시간이 길어 혼자 일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화물차량 기사 부인은 보통 선사 직원의 사인을 받아 50% 할인을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 승선표를 제 돈 주고 사거나 화물차량 운전석 침대에 몰래 태워 무임승차한다"고 덧붙였다.
장시간 운전하는 화물차량 기사들은 운전석 뒤편에 간이침대를 만들어 놓고 휴식을 취한다.
제주도에 비해 인천연안여객터미널의 무임승차 단속이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비자 지역이어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는 제주도는 이들이 화물차량에 몰래 타고 육지로 나가 불법체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차량 내부 단속을 철저히 한다는 것이다.
정씨는 "제주도와 달리 인천터미널에서는 차량 내부를 직접 열어 무임승차 인원을 단속하지 않는다"며 "세월호에도 분명 무임승차 인원이 더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청해진해운은 지난 19일 승선인원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혼란을 빚은 데 대해 사과했지만 총 승선 인원에 대해서는 정부의 '476명' 발표 이후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