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9라운드가 열린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따스한 봄 기운 속에 1만3554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K리그 클래식을 대표하는 전통의 강호간 맞대결을 지켜봤다.
하지만 이날 경기장은 시끌시끌한 분위기 속에서 평소와는 크게 달랐다. 경기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마이크 사용을 제외하고 평소와 달리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가 치러졌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전 국민이 침통한 가운데 경기장 내 과도한 응원을 자제해달라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공문 때문이다.
이로 인해 19일에 이어 20일 열린 경기에서도 각 팀 서포터들은 선수들을 응원하는 현수막 대신 세월호 침몰 사고를 애도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서울 서포터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마음깊이 추모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우리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었다. 포항 서포터도 ‘힘내세요 반드시 돌아올겁니다’, ‘기적은 그대들을 위한 당연함이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경기장에 펼쳤다.
확성기와 응원도구를 활용한 단체 응원도 자제했다. 일부 팬이 과격한 응원을 시도하자 이를 자제시키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덕분에 경기장에는 평소 응원소리에 가려 들을 수 없었던 선수들의 목소리와 경기 장면에 뒤따른 자연스러운 환호만이 가득 했다.
평소 서울의 상징색인 검은색과 붉은색이 사선으로 배치된 넥타이를 착용하던 최용수 감독이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검은 정장에 검은 넥타이를 하고 경기장에 나선 최용수 감독은 “다시는 이런 참가가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안타까워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검은 정장은 아니었지만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마음은 같았다. 경기 전 선수들에게 골 세리머니를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는 그는 “마음이 무겁고 안타깝다. 밝은 마음으로 경기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경기는 후반 32분에 터진 김승대의 결승골에 포항이 1-0으로 승리했다. 실제로 김승대는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함께 서포터를 향해 달려가 동료들과 함께 끌어안는 동작을 제외하고 특별한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경기 막판 김승대의 골과 황지수(포항)의 경고 누적 퇴장 등으로 경기가 과열되며 양 팀 서포터들의 응원하는 목소리가 다소 높아지긴 했지만 경기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그대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