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평범한 사람이에요.” 이지아가 힘주어 말했다. 그는 조심스럽지만 천천히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발걸음을 떼고 있었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죠.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사람들이 가깝게 느낄 거에요. 어쨌든 시도가 중요한 거죠.”
▶'세결여' 오은수를 말하다
‘드라마의 대모’ 김수현 작가가 집필한 ‘세결여’는 방송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걸까. 막상 뚜껑을 열자 반응은 미지근했다. 중반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했다. 후반부에 들어서야 ‘김수현 파워’가 빛을 내기 시작했다.
“모두들 시청률과 상관없이 좋은 작품이라 배우들끼리 호흡을 맞추는 데 의미가 컸어요. 시청률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김수현 작가님도 만약에 시청률만 신경 썼다면 이 자리에 있을 수 없다고 했어요. 모두 다 즐겁게 촬영했죠. 후반부로 가면서 시청률이 올라갈 때 기분이 좋더라고요. 마지막에는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구나 느꼈죠.”
이지아의 연기는 호불호가 나뉘었다. 예전보다 훨씬 자연스러워졌다는 평가와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었다는 평가로 극명하게 갈렸다.
“연기 호평, 의외로 많이 받았어요.(웃음) 연기하면서 모든 작품이 그렇긴 하지만 특히 이번 작품은 애착도 많이 갔고, 어려웠어요. 평소 알지 못하는 딸과의 감정도 있고, 인물이 굉장히 입체적이었죠. 소화하기 쉽지 않았죠. 작가님 역시 은수 캐릭터가 가장 어려운 캐럭터라고 했어요.
‘세결여’의 은수는 이혼녀다. 한차례 공개적으로 아픔을 겪은 이지아가 이혼녀 역할을 선택하는데 망설임은 없었을까. 하지만 그를 움직인 건 ‘세결여’가 배울 점이 많은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주저함이 있었죠. 세 번 결혼하는 여자라는 말이 너무 자극적이에요. 아직도 우리나라 사회는 (이혼한 사람을)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것 같아요. 저도 보수적인 성향이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 세 번 결혼했다는 이미지가 생길까 봐 처음에 부담스러웠어요. 그렇지만 아무래도 김수현 작가님 작품이고,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주변에서 많이 추천했어요. 연기자로서 더 성숙해지고 싶은 욕심이 났어요. 캐릭터가 돼서 ‘연기’하는 거니까요.”
▶배우 이지아를 말하다
이지아는 2007년 드라마 '태왕사신기'로 혜성처럼 데뷔했다. 당시 이지아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동안 브라운관에서 접할 수 없었던 보이시한 외모로 중성적인 매력을 뽐냈던 이지아는 그 해를 장식한 신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후 이지아의 행보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드러나지 않는 과거사가 가장 큰 이유였다. 결국 가수 서태지와 이혼소송이 불거지면서 이지아를 둘러싼 모든 의문이 해소됐다. 그렇다면 이지아는, 왜 하고많은 직업 중에 배우가 된 것일까.
“사실 작정하고 연예인이 되려고 한건 아니에요. 너무 화려하게 데뷔를 했기 때문에 주변에서 왜 연예인이 됐는지 궁금해 하는 분이 많아요. 제 경우 우연히 지인을 통해 전 소속사 대표님을 만나 데뷔하게 됐죠. 이후 좋은 일도, 힘든 일도 있었지만 배우가 된 걸 후회한 적은 없어요. 배우와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꿈이 생겼고, 지금은 행복하게 배우생활을 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사생활이 드러나서 손가락질 받는 건 힘들더라고요.”
벌써 데뷔한지 7년, 하지만 작품 수가 많은 건 아니다. '태왕사신기', '베토벤 바이러스', '스타일', '아테나:전쟁의 여신', '나도 꽃', '세 번 결혼하는 여자'까지 총 여섯 작품에 출연했다. 1년에 한번 꼴로 작품을 한 셈이다. 하지만 이지아는 향후 다양한 작품에서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매력을 보여주고 싶다며 열의를 드러냈다. 벌써 30대 후반, 적지 않은 나이지만 이제 자신을 둘러싼 신비주의 행보를 벗어버리고 작품으로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작품으로 시동을 걸고 나니 빨리 달리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아직도 사람들은 '배우 이지아'하면 대중은 작품이나 저보다 다른 사람을 떠올리죠. 그런 점들이 속상해요. 앞으로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요. 매 번 캐릭터에 녹아들어 마음을 전달하는 배우,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죠. 결혼이요? 지금은 결혼보다 일이 우선인 것 같아요.(웃음)"
▶인간 이지아, 여자 이지아를 말하다
가수 서태지와 이혼소송, 배우 정우성과의 결별. 여러 일을 겪고 난 뒤 이지아는 더 성숙해 있었다. 몇 년 사이에 많은 일을 겪고도 그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지아는 최근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출연 계획을 밝혔다. 이미 그는 예전부터 ‘힐링캠프’ 섭외 요청을 받았지만 수차례 고사한 바 있다. 그러나 ‘세결여’를 무사히 마무리한 상황에서 더 이상 주저함은 없었다. 대중에게 그의 본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제 준비 해야죠. 부담이 없지는 않아요. 하지만 제가 (대중과) 소통하기를 원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서태지와 관련한 이야기는) 아직 작가와 더 상의할 부분이에요. 그건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죠. 저는 누구도 이제 와서 상처받기를 원하지 않아요. 지나온 사랑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했고, 지나간 삶에 후회는 없어요. 하지만 지나간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다만 내가 그런 것들 때문에 대중과 소통할 수 없고 나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면 그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마음도 편하고 다 좋아요. 인터뷰를 오랫동안 못 했어요. 예전에는 회사에 잡아주는 대로 하니까. 이번에는 웬만하면 다 하겠다고 했어요.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인터뷰가 부담스럽긴 해도 가장 큰 이유는 오랫동안 못한 소통을 하고 싶고, 기자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어요. 이제는 편안한 나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지만 아무리 벗어 던진다고 해도 이지아는 여전히 신비주의 이미지다. 그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나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힐링캠프’와 같은 프로그램을 만난다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요?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어요.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사람들이 저를 가깝게 느낄 거에요. 어쨌든 시도 자체가 중요한 거 같아요.
이자이는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지극히 평범하다고 설명했다. 맛집을 찾아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취미란다.
“평소에 시간 나면 맛집 찾아 다니고 맛있는 걸 해먹어요. 자주 가는 곳도, 리스트에 올려놓은 곳도 많이 있어요. 또 익스트림 스포츠도 좋아해서 겨울에는 스노보드 타면서 점프도 하고 그러죠.(웃음) 예전에는 술 못 마셨는데 요즘에는 회사 식구들과 종종 마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