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43·사업) 씨 가정에 친구인 이모(44·은행원) 씨가 들렀다.
초등학교 5학년인 큰 아들(11)과 작은 아들(8)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텔레비전에서는 선장 이모 씨가 승객들을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했는데도 그렇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 씨의 부인인 임모(40) 씨가 입을 열었다.
"저 선장, 정말 뻔뻔하지 않아요. 아줌마들이 가장 분개하는 사람이 저 선장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용서한다고 하더라도 저 선장만은 용서할 수 없다"고.
친구인 이 모씨가 임 씨의 말을 받아 "맞습니다. 저 선장 나이를 보세요. 70세예요. 더 살고 싶어서 그랬겠죠. 이해가 되면서도 선장으로서 어른으로서 자격이 없어요. 용서받지 못할 자입니다."
김 씨가 식탁을 탁 치며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연다. 꼭 술자리에서의 모습이다.
"저 선장은 정말 나쁜 X이니 더 이상 말을 하면 우리 입만 더러워져. 그런데 해군과 해경, 정부의 구조와 생존자를 찾는 수색작업을 보면 욕밖에 안 나온다니까? 난 박근혜 대통령과 정홍원 총리, 안행부 장관, 해군 참모총장, 해경청장 등 모두가 (방송에) 나와 국민에게 잘못했다고 큰 절을 해야 해. 석고대죄를 해야 한다고 봐. 지금 밖에 나가보면 난리가 아니거든. 학생들만 불쌍하다는 소리야. 우리 여직원들은 점심 식사를 하면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린다니까? 국민의 가슴에 이렇게 큰 상처, 아니 대못을 박고서도 사과는커녕 수색작업도 제대도 못하면서 말이야…"
"선장과 항해사 등의 뻔뻔하고 후안무치한 행동은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봐. 해경은 구조한답시고 한 명이라도 배 안으로 들어간 X이 있어? 없잖아!"
친구인 이 씨가 맞장구를 친다. "어 그렇네. 그러고 보니 해경이 헬기에서 구조만 하지 말고 배 안으로 들어가 학생들에게 (선실) 밖으로 나오라고 하지도 않았네. 해경도 할 말이 없겠다."
"(해경이) 몸을 던져 구조작업을 했다면 10대 어린아이들에서부터 할머니,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전 국민이 멘붕에 빠졌겠냐? 세계적으로 쪽팔리지도 않았겠지. 대한민국이 대단한 나라라는 인식을 또 한 번 심어줬겠지. 김연아, 반기문, 삼성이 쌓은 공든 탑을 다 무너뜨렸다."고 김 씨는 대한민국의 세계 위신 추락까지 걱정했다. 대화의 반경이 아주 넓다. 대한민국의 40대의 특성인가보다.
이 씨는 "야 그런데, 소방대원들은 불이 나면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불 속에 뛰어들기도 하잖아. 그러고 보니 해경과 해군들은 그러한 살신성인의 정신이 왜 없지. 짚어볼 대목이다."고 말했다.
부인인 임모 씨는 고개를 끄덕끄덕하더니 "그런데요. 우리 엄마들은 지금 모두 울고 있어요. 아들 딸을 키워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예요. 아들 딸이 차갑고 추운 바다 속에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아세요. 대한민국의 엄마들은 다 똑같은 심정일 겁니다. 자식이란 밉다가도 예쁘고, 예쁠 적에는 한 없이 예쁜 것이 자식인데 접근조차 할 수 없으니 억장이 무너지다 못해 죽고 싶은 심정일 것입니다."며 눈물을 훔쳤다.
친구인 이 씨도 잠시 먹먹해지는 것 같더니 "우리들도 울고 있어요. 난 40대 초반인데도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면 눈시울이 붉어져요. 그러니까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분개하고 울고 있다고 보면 맞을 겁니다"라고 임 씨의 의견에 동조했다.
김 씨는 언론에 대해서도 못마땅해 하는듯했다.
"모든 방송과 신문들이 선실에 머무르라는 안내 방송의 잘못만을 따지고 있는데 우리도 다 아는 사실을 맨날 나팔을 불고 있으니 언론도 못 믿겠어. 꼭 모든 책임을 선장과 항해사의 잘못으로만 돌리는 것 같거든."
"한 잠수부에게 물어보니 이런 식으로 수색작업이 진행되면 얼마나 많은 날이 걸릴지 모르는데 한 달 후에는 시체도 못 찾는다고 하던데 그들은 날씨 탓, 조류 탓, 물이 흐리다는 등의 탓만 하고 있으니 국민이 답답한 것 아닌가? 하여튼 참기 어려울 정도로 답답해 죽겠어." 이 씨는 가슴을 친다.
김 씨는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 5형제나 되는 양 아이디어를 낸다.
이 때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이 끼어든다.
"아빠, 형과 누나들이 물속에 있는데 어른들은 뭐하는 거예요? 대통령도, 해경도, 해군도 다 어른 아닌가요?" 라고 묻는다. "우리 친구들도 모이면 그 얘기예요. 어른들은 하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고…" 쑥스러웠던지 말꼬리를 흐린다.
김 씨는 "아들놈에게서 한 방 세게 먹었네"라며 "우리가 그래서 쪽팔리다는 것 아니냐?"라며 혀를 찼다.
이들의 대화는 계속 이어진다. 아마도 밤을 새도 부족할 것이다. 이들의 얘기는 대한민국의 2014년 4월의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