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침몰] 총제적 부실이 만들어낸 완벽한 '인재'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한 대형 부표가 설치된 가운데 18일 오후 사고 인근해상을 찾은 실종자 가족들이 부표주위를 바라보고 있다. 윤창원기자
4월 16일 08시 58분 현재 조도 인근의 유의파고 0.1m, 최대파고 0.2m.

광주지방기상청에서 밝힌 여객선 사고 당시의 현지 기상상황이다.

파도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바다는 잔잔했고, 시정이 나쁜 것도 아니었다.

진도내 고지대에서 바라본 시정은 20km정도 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주변에 유의할만한 암초도 없었고 통상항로를 벗어난 비상상황도 아니었다.

차라리 인근 해역의 파도가 높았다면, 폭풍우가 휘몰아첬다면, 이렇게까지 억울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모든 자연 조건이 이같은 대형 참사를 빚을 만한 조건이 아니었는데도, 3백명이 넘는 생때같은 목숨이 죽거나 실종된 상태다.

'만일'이라는 가정처럼 한심하고 무기력한 일은 없지만, 정말 아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어느 하나만이라도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그리고 신속하게 판단됐더라면, 이같은 대형재난은 피할 수 있었다.

선장이 끝까지 배에 남아 아이들을 배 밖으로 인도했더라면, 조타수가 무리하게 배를 회전시키지만 않았다면…

구조당국의 판단이 좀 더 정확했더라면, 골든 타임이라는 사고 초기 30분 동안 더 많은 인력이 동원됐더라면…

선사에서 무리하게 화물을 싣지 않았다면, 그 배가 전복되기 쉬운 구조의 선박이 아니었다면…

사람들이 빚어 낸 과실이 거짓말처럼 겹쳐지면서, 상상할 수 없는 재난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낸 꼴이 돼 버린 것이다.

두달 전 50년만에 대형재난이 없었다던 정부의 보고가 이뤄진 지 사흘만에 경주에서는 건물이 무너져 내려 학생 10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때는 기록적인 폭설이라는 핑곗거리라도 있었지만, 이번 사고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대형 재난이다.

결국 이번 사고는 우리 사회 전체가 만들어 낸 사상 최악의 인재(人災)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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