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침몰] "단원고 교감, 심리적 어려움 감췄을 것"

일반 시민들도 생존자 죄책감과 우울증 생길 가능성



- 심리적 어려움, 사건 한참 뒤 터져나와 주변과 본인 당황하기도
- PTSD, 충격 경험후에 나타나는 정상반응
- '이제 그만 잊으라' 하면 오히려 악화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4월 18일 (금) 오후 6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안현의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


◇ 정관용> 오늘 오후에 또 하나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죠. 사고 당시 구조됐던 안산 단원고등학교의 교감 강 모 씨가 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습니다. 자살로 추정되고 있는데 참 충격이 큽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 재난심리지원단 구성을 준비하고 있는 이화여대 심리학과 안현의 교수를 연결합니다. 안 교수님?

◆ 안현의> 네. 여보세요?

◇ 정관용> 이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걸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런 큰 사고를 겪고 어떤 심리상태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보십니까?

◆ 안현의>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재난이 발생하면 많은 사람들이 ‘생존자 죄책감’이라는 것을 겪거든요. 이 생존자 죄책감은 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만 겪는 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느낄 수 있는 겁니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선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으면 남아 있는, 살아 있는 사람들은 괜히 미안해지는 거죠. 그런데 특히 이번에 단원고등학교 교감선생님의 경우 현장과 아주 밀접하게 관련되었던 분이어서. 아마 그것이 훨씬 더 크셨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좀 아까 일반 시민들도 느낄 수 있다. 사실 지금 온 국민이 그런 마음으로 참 침울한 상태거든요. 그런데 교감 선생님은 아마 그 수학여행 인솔 책임자셨는데 본인만 구조됐다. 그 심리적 압박을 못 견디신 거로군요.

◆ 안현의> 네.

◇ 정관용> 그런데 지금 학생들도 병원에서 정신과 의사들과 상담도 하고 그러는데. 이 선생님은 병원에 계시지도 않았던 모양이에요. 왜 병원에 가시지 않았을까요?

◆ 안현의> 실제 과거에 재난현장에 가보면 이런 경우들을 가끔씩 볼 수 있는데, 이런 경우라는 것은 책임자 지위에 있는 분들이 보호자 역할을 하는 분들이 굉장히 본인도 생존자이고 똑같은 피해를 겪은 그 현장에 있었지만, 예를 들면 부모이어서 자녀를 챙겨야 한다든지, 부하직원을 챙겨야 한다든지, 이번처럼 학생들과 다른 교사들을 챙겨야 하는 이런 책임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되는 경우는 현장에서는 굉장히 강하고 괜찮은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 이분들도 똑같은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역할 때문에 자신의 심리적 어려움을 옆으로 밀쳐두고 현장에서 역할 수행을 하셔야 되기 때문에 그 심리적 무게가 굉장히 크죠. 그러다가 나중에 모든 사고가 수습되고 시간이 한참 뒤에 이런 심리적인 어려움들이 터져 나와서 가족들이 당황하고 주변사람들이 당황하고 본인도 당황해 하는 경우들을 종종 본 적이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이 교감 선생님은 그 책임감 때문에 병원에 가지도 못하고 아마 그 체육관에 계속 머물러 계셨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또 혼자 있는 시간, 한밤중 이럴 때 또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신 그런 거겠군요. 이런 것도 이른바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 외상후스트레스 증상이라고 봐야 되겠죠?

◆ 안현의> 지금은 증상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고요. 저희는 지금 외상후스트레스 반응이라고 부릅니다.


◇ 정관용> 반응.

◆ 안현의> 네. 왜 그런가 하면 이러한 반응들은 모든 사람들이 그와 같은 경험을 겪으면 누구나 몸과 마음이 평소에 건강했던 사람들도 누구나 나타날 수 있는 아주 정상적인 반응이거든요. 그래서 외상후스트레스 반응이고. 나중에 시간이 좀 지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집니다. 그렇지만 좋아지지 않은 경우에 우리가 외상후스트레스 증상,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이렇게 붙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병리화시켜서 볼 필요가 없고. 그냥 이러한 충격적인 반응들이 정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보는 것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지금 살아남은 생존자들, 또 실종자의 가족들, 이런 분들의 심리상태도 큰 걱정 아닙니까?

◆ 안현의> 네. 그렇죠.

◇ 정관용> 지금 다른 생존자 구조된 분들도 무게의 어떤 차이만 있을 뿐 그런 생존자 죄책감을 다 갖고 있겠죠?

◆ 안현의> 네. 그렇죠. 지금은 어떤 한두 가지의 정서반응이 있는 것이 아니라 화가 나기도 하다가 우울하기도 하다가 여러 가지 지금 복합적인 감정들이 아마 하루에도 여러 번 이렇게 왔다 갔다 할 거예요. 그래서 그런 것들에 대해서 당황하지 않고 아, 지금 내가 굉장히 놀랐다, 이렇게 정상화시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정상적인 외상후스트레스 반응들이 대부분은 좋아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좋아지지 않거나 더 나빠지는 경우에는 그때는 조금 심각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럴 때 치료단계로 들어가야 되겠죠.

◆ 안현의> 그렇죠.

◇ 정관용> 그리고 지금 이런 끔찍한 사고를 보도를 통해 접하는 일반 시민들도 그런 현상을 가질 수 있다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그럼 그 주변에서 특히 좀 평소에 좀 우울증 같은 게 있다거나 이런 분들은 좀 극심하게 반응될 수도 있잖아요.

◆ 안현의> 네, 그럴 수도 있죠.

◇ 정관용> 그런 분들은 어떻게 도와드려야 됩니까?

◆ 안현의> 제일 좋은 방법은 주변에 있는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이 사람이 어딘가가 좀 달라지거나 이런지를 좀 가만히 유심히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죠. 그래서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거나 주변 사람들과 말을 잘 하지 않으려고 한다든지 잠을 잘 못 잔다든지 이럴 때는 일반적으로 우울증이 생기고 그다음에 외상후스트레스 반응이 생기면 혼자 있고 싶어 하고 주변의 도움을 잘 받지 않으려고 그러거든요.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이제 그럴 때 ‘아, 이 사람이 도움이 필요 없나보다 내가 도움이 안 되나보다’ 하고 물러나는데 절대로 물러나지 않고 이게 이거 자체가 하나의 스트레스 후유증이다라고 이해를 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접근을 해야 됩니다. 최악의 경우가 가족들이나 주변 친구들이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서 ‘이제 몸도 다 나았고 시간도 많이 지났으니 이제 잊어버려라’ 이렇게 얘기를 하는 것이 가장 안 좋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 안현의> 왜냐하면 이런 큰 사고에 대한 기억은 본인이 잊고 싶어 해도 잘 잊혀지지 않거든요. 주변에서 아끼는 사람들이 잊어라, 잊어라 하면 기억은 나는데 말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게 더욱 안으로 곪게 됩니다. 그래서 어차피 이 사람이 그 기억을 가지고 그 기억이 불쑥불쑥 떠올려진다면 그걸 차라리 얘기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들어주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을 주는 방법입니다.

◇ 정관용> 굉장히 중요한 사안입니다. 흔히 ‘아, 이제 그만 잊어’ 이렇게 말하기 쉬운데 그게 오히려 악화시킨다는 얘기죠?

◆ 안현의> 그렇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오히려 그때 상황을 자꾸 얘기하도록 하고 거기에서 느껴지는 어떤 심리적인 압박은 다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또 확인시켜주고.

◆ 안현의> 네.

◇ 정관용> 네. 여기까지 말씀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이화여대 심리학과 안현의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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