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직후 암초 충돌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됐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암초 충돌에 의한 좌초보다는 급격한 항로 변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기에 무리한 개조, 운항 미숙, 기기 고장, 선체 노후설 등 여러가지 가설들이 제기되고 있다. 과연 침몰의 원인은 무엇일까?
16일 오전 사고 직후 가장 먼저 제기됐다. 바닷물에 빠졌다 구사일생으로 구조된 승객들이 '쿵'하는 소리가 났고 배가 기울며 물이 들어왔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안개 때문에 출항이 늦은 '세월호'가 항해 시간에 쫓겨 기존 항로를 벗어나 암초가 많은 지역에 들어섰다 사고가 발생한 것 아니겠느냐는 추론이 힘을 얻었다.
하지만, 국립해양조사원은 "사고 지점 부근에 이렇다 할 암초는 없다"고 밝히면서 가능성은 낮아졌다.
그렇다고 좌초 가능성이 아예 배제된 것은 아니다.
'세월호'가 사고 해역에 도착하기 이전 어느곳에선가 암초에 긁혀 물이 조금씩 선체로 흘러들다가 어느 정도 이상 물이 차면서 갑자기 배가 크게 기울어졌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고 선박이 급격히 가라앉은 것으로 볼 때 암초에 부딪혔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과 "여객선 앞부분에 손상이 없다. 배 앞부분이 피했는데 옆이나 뒤가 암초에 걸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함께 나오고 있다.
17일 해양수산부가 선박모니터링 시스템(AIS)을 1차 분석한 결과를 내놓은 뒤 현재 가장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가능성이다.
AIS 분석 결과 '세월호'는 16일 오전 사고 당시 항속 19노트(시속 35km)로 운항하다 8시 48분 갑자기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곳은 인천-제주 운항 선박들이 항로를 바꾸는 변침점(變針點)이다. 그런데, '세월호'는 이곳에서 급격히 방향을 틀어 '급선회' 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후 '세월호'는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기 시작해 4분 가량 남쪽으로 운행하다 8시 52분 방향을 북쪽으로 꺾어 표류를 시작했다.
'세월호'는 표류를 시작한 지 3분 뒤인 오전 8시 55분 해상교통관제 제주센터에 "배가 많이 넘어갔다. 움직일 수 없다. 해경에 연락해 달라"는 긴급 무전을 쳤다.
그리고 11시 20분 침몰할 때 까지 항로를 벗어나 계속 북쪽으로 지그재그 이동하며 표류했다.
AIS 분석으로 '세월호'가 급선회한 사실은 확인됐다.
'세월호'는 왜 급격히 선회를 했을까?
이에 대해 어선이나 높은 파도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해 이를 피하려고 급격히 방향을 틀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월호'가 급선회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배가 오른쪽으로 급격히 방향을 틀면서 화물칸에 쌓여 있던 컨테이너 등이 원심력 때문에 왼쪽으로 쏠리면서 무너져 내렸고 이로 인해 배가 급격히 기울어지면서 침몰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월호'에는 차량 180대와 컨테이너 등 화물 1,157t이 실려 있었다.
특히, 세월호에 실린 컨테이너가 튼튼한 쇠줄이 아닌 일반 밧줄로 묶여 있었다는 승무원의 증언도 나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대형 선박의 경우 급선회로 화물이 어느 정도 쏠리더라도 중심을 찾도록 설계돼 있어 다른 원인 없이 급선회가 침몰의 모든 원인일 지는 아직 성급하다는 분석도 있다.
세월호는 지난 2012년 10월 일본에서 들여온 직후 탑승인원을 840명에서 956명으로 늘리는 구조 변경을 했다. 이로 인해 배 무게는 6,586t에서 6,825t으로 239t이나 늘었다.
이처럼 배 윗부분의 무게중심이 높아지면 조류 등 강한 충격이 가해질 경우 중심을 잃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개조로 무게중심이 높아져 균형을 잡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전복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마치 '오뚝이' 인형을 아무리 넘어트려도 무게 중심이 아래에 잡혀 있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원리다.
하지만, '세월호'에 대한 등록 검사를 진행했던 한국선급측은 "객실 증설은 합법적인 공사였고, 점검 결과 운항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와 정상통과했다"는 입장이다.
◈ 운항 미숙 - 기기적 결함설
사고 당시 선장이 조타 지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조타를 맡은 이가 세월호를 운항한 경력이 5개월 밖에 안되는 젊은 3등 항해사라는 점에서 운항 미숙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에대해, 해당 항해사가 세월호를 타기 전에 다른 여객선에서의 항해 경험이 40회 정도 된다는 점에서 사고의 직접 원인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세월호'가 20년 된 배라는 점에서 부식 등에 의한 누수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이 역시 지난 2월 안전검사에서 별 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만만찮은 상태다.
또, 배가 급선회하는 과정에서 조타기 고장 등 기기적 결함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 인터넷상에는 어뢰. 기뢰에 의한 피격설과 내부 폭발설이 나돌고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피격에 따른 폭발음이나 물기둥에 대한 증언이 없고 '세월호'에 실린 화물 가운데 대형 폭발을 유발할 만한 화학물질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