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안전시스템 '원죄'…몸 낮추는 정치권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틀째인 17일 오후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피해 가족들의 요구사항을 들은 후 관계자들에게 조치를 내리고 있다. (사진=윤성호기자)
대형사고 때마다 사고현장을 찾는 정치인들의 발길,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전남 진도에도 정치인들이 대거 몰려 피해자 가족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하지만, 지역구의 공복이자 대중들의 지지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은 어려움에 처한 지역구민들의 사정을 나몰라라할 수 만은 없는 처지여서 정치인들의 사고현장 방문을 백안시하기만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16일 여객선 침몰사고가 알려진 이후 황우여 안철수 여야당 대표와 정홍원 국무총리, 남경필, 김진표, 김상곤 경기도지사 후보군, 이윤석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과 안산 단원고가 소재한 안산시 국회의원 등 수많은 정치인들이 다녀갔다.

사고현장을 찾은 정치인들이 하는 일은 주로 피해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장소를 방문해 위로하고 사고현장을 둘러보는 등의 일이다. 그들이 사고수습에 특별히 도움을 줄만한 일은 있을게 별로 없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개념없는 정치인이라도 사고현장을 본인 홍보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현장으로 달려가는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사고 발생 때마다 현장을 줄줄이 찾는 정치인들이 비판의 타깃이 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사고에는 피해자가 있기 마련이고 피해자들은 늦어지는 사고수습이나 이번사고의 경우 처럼 제때 구조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안타까운 마음에 발을 동동구르게 되고 자연히 정부와 정치권을 향한 원망은 커지기 마련이다.

미처 피어오르지도 못한 꽃송이 같은 자식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부모들의 마음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인데, 막상 현장의 돌아가는 상황은 답답하기 이를데 없고 어디다 대고 하소연할 때도 마땅치 않다 보니 현장에 어른거리는 정치인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기 일쑤였다.

이번에는 정홍원 총리가 분을 삭이지 못한 일부 학부모들로부터 물병세례를 받았고 이윤석 의원은 해경경비정에 승선해 현장으로 가는 사진이 찍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정치인이란 직업이 지역구민 즉,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상당부분 위임받아 그들의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챙겨야 한다는 점에서 그들에게 집중되는 비판은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감내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사흘째인 18일 오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 해상에서 구조 당국이 실종자들에게 생존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수몰된 세월호 선체에 공기를 주입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여기에다 피해자 구조와 사고수습이 한창일 때 느닷없이 정치인들이 찾아들어 현장의전이다 보고다 해서 사고수습에 적잖이 지장을 초래했던 과거 대형참사에서의 '학습효과' 또한 사고현장을 찾는 정치인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원인이 됐다.

그러나, 역으로 해당 지역구 정치인이나 총리 장관이 현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바쁜 일정 때문에 지역구 의원이 단체장이 자기 지역구에서 대형참사가 발생했는데 방문이 늦어지면 "의원, 단체장이란 사람이 얼굴도 내밀지 않는다"는 비판이 빗발친다.

이래도 저래도 욕을 먹게 되는게 선출직 공직자나 정부 각료의 처지이다. 워낙 국내에서는 잇따른 가스폭발사고, 마우나리조트사고, 세월호 등등 대형참사가 끊이지 않다보니 정치권에서도 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해야할 지 알고 신속히 대응한다.

이번에는 여야 정치권이 가장 먼저 취한 것이 지방선거운동 중단과 정쟁중단 등 발빠르게 '애도모드'로 들어간 것이고 총리과 일부 국회의원이 봉변을 당하자 새누리당은 사고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회의원들의 사고현장 방문 자제를 결정하며 민감하게 움직였다.

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과 반복되는 안전사고에도 불구하고 허술한 대응메뉴얼, 반복되는 대규모 피해는 사회전반의 안전문제에 대한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을 찾는 것도 필요하지만 유가족들의 불만을 보면 정치인들의 역할이 어디에 있는 지 알기란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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