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침몰] 생존학생들 "잘 살아 있겠죠…보고 싶어요"

고대 안산병원 "생존 학생들 중증 이상 스트레스 시달려...과도한 면회 자제"

전남 진도에서 여객선 침몰 사고가 발생한 16일 진도군 실내체육관으로 이송된 안산단원고 구조자들이 안정을 취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18일 오전 고대 안산병원 보호자 대기실.

긴 생머리에 앳된 얼굴의 여학생이 보호자 대기실에서 무릎에 노트북을 올려놓은 채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모니터 화면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었다.

굳게 다문 입술로 기사를 클릭하던 학생은 환자복을 입은 친구들과 눈이 마주치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터뜨렸다.

안산 단원고등학교 여객선 침몰 사고에서 살아남은 생존 학생 72명, 교사 1명, 일반인 3명이 현재 고대 안산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병실에서 만난 생존자 학생들은 서로를 끌어안은 채 한참동안 눈물을 흘리면서도 화면 속 사고 현장이 담긴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친구들을 남기고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때문일까. 학생들은 "특별히 몸이 아픈 곳은 없다"면서도 한결같이 침통하고 우울한 표정이었다.

과자를 들고 병실을 찾은 후배와 담소를 나누던 한 남학생은 친구를 만난 기쁨에 미소를 띄다가도 배 안에 남아 있는 친구 이야기에 금새 눈시울이 붉어지며 눈물을 글썽였다.

남학생은 "친구들 (배 안에) 잘 살아 있겠죠. 친구들 보면..그냥 얼굴 보고 싶어요"라며 말을 흐렸다.

다른 병실의 학생들도 하나같이 노트북을 켜고 시시각각 전해지는 구조 상황을 모니터하고 있었다.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아 수면제를 처방받았다는 한 학생은 "몸이 특별히 아픈 곳은 없다"면서도 "입맛이 별로 없어 식사를 하지 않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학생의 말처럼 침대 옆에는 병원에서 제공한 아침 식사가 뚜껑도 열지 않은 채 놓여 있었다.

◈ 병원측 "학생들 불안, 우울 증세의 중증 스트레스 상태"

학생들의 치료를 전담하고 있는 고대 안산병원측은 학생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병원측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열고 "어제 하룻동안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전문 면담을 시행한 결과 반 이상의 학생들이 우울증과 불안 증상을 보이는 중증도의 스트레스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차상훈 고대 안산병원장은 "10점 만점의 스트레스 점수에서 평균 7.8점이 나왔으며 8점 이상 나온 학생도 많다"며 "초기에는 감정 마비 증상을 보이며 사고 자체를 잊으려고 했으나 이후에 사건을 회상하면서 충격을 받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겉보기엔 발랄한 여느 고등학생과 다를 바 없지만 보기와 달리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이라는 것.

병원측은 "학생들 대부분 우울 증상과 불안을 가장 많이 호소하고 있는 상태"라며 "전문가 소견에 따르면 4주 이상, 사람에 따라서는 1년 넘게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측은 "기억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안 되는 만큼 과도한 면회나 격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삼가해 달라"고 당부했다.

의료진은 현재 학생들을 대상으로 약물 치료와 인지 행동 치료, 대인 관계 치료, 심리 상담 등 스트레스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병원은 여객선 침몰 유족에 대한 심리상담 지원도 착수했다.

차 병원장은 "정신보건센터와 협력해 유족들에 대한 도움을 시작했다"며 "정확한 지원 내용은 차후 밝힐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병원측은 또 학생들이 퇴원 뒤 무리 없이 학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교육부, 학부모측과 향후 학생 프로그램도 논의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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