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산병원에 구조학생 60명, 외상 후 장애 우려
- 얘기 자체를 떠올리기 싫어하는 학생도
- 멍하거나 심한 불안, 과호흡, 불면 증상보여
- 자녀 잃은 부모님들도 외상 후 장애 생길수있어
- 피해자들 안심 시키고 죄책감 덜어줘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4월 17일 (목) 오후 7시 3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병철 (한림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클리닉 교수)
윤호경 (고대 안산병원 교수)
◇ 정관용> 이번 여객선 침몰 사고 같은 큰 사고 뒤에는 사고후유증이 따라 오기 마련입니다. 이번 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승객들도 극심한 정신적 충격으로 지금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그러고, 실종자 가족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래서 오늘 3부에서는 이른바 외상후장애에 대해서 전문가와 이야기 나누고 단원고 학생들이 구조돼서 지금 치료 받고 있는 고려대 안산병원 현장도 연결해서 이야기 좀 듣겠습니다. 먼저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외상후스트레스장애 클리닉의 이병철 교수 나오셨습니다. 이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 이병철> 네,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 보통 그렇게 말하죠. 그것의 개념 정의를 해 주시면요.
◆ 이병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증상이라고 먼저 설명드릴 수 있겠는데요. 그 증상은 크게 세 가지로 크게 나눠집니다. 첫째는 반복된 사고 생각, 악몽 등을 꾸는 재경험이 이런 게 있고. 작은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거나 예민해지고 잠을 잘 못 자는 과각성, 그리고 사고와 관련된 것을 자꾸 피하게 되고 그리고 외부와의 관계를 단절하게 되는 회피. 이 재경험, 과각성, 회피, 세 증상이 모두 나타날 때 외상후스트레스 증상이라고 그러고요. 이것들이 대개는 사고 이후에는 일반적으로 나타납니다. 많은 수에서. 그 기간은 급성스트레스 반응이라고 부르고. 이게 한 달 이상 계속 지속되면서 사회적인, 아니면 개인의 생활에 문제를 줄 때 이럴 때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진단하게 됩니다. 그래서 증상이 다들은 있지만 실제로 이 증상 세 가지가 모두 한 달 이상 계속 지속된다고 한다면 이게 만성화될 위험성이 굉장히 높고. 꼭 치료를 필요로 하는 거고. 심각한 상태라고 판단을 해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라는 진단을 붙이게 됩니다.
◇ 정관용> 초기에는 그럼 누구나 다 이런 게 나타납니까?
◆ 이병철> 거의 70~80%의 사람들에게서 나타납니다. 그런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되면 대개한 1주 정도가 굉장히 중요한데요. 사고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들, 그리고 악몽, 불면, 이런 것들이 나타나게 되고. 사실은 그런 것들이 2주가 넘어가면서 2, 3주 뒤에는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일반적으로 한 달 안에 거의 다 없어지는 게 일반적인데. 그중에서 아주 일부 10~20% 정도 되는 사람들은 그런 것들이 한 달 이상 지속되기도 하고. 한 달 이상 지속되는 그런 현상이 나타나게 되면 굉장히 오래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정관용> 이게 사고의 강도에 따라서 아주 강한 사고, 대형 사고일수록 이런 건 더 심하고, 당연히 그렇겠죠?
◆ 이병철> 그렇습니다. 사실은 여러 가지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요. 그것들에 대한 어떤 정당성. 사고의 정당성. 그리고 어떤 같이 피해를 본 사람들의 죄책감, 이런 여러 가지가 다 영향이 있어서 가게 됩니다. 사실은 사고의 크기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인 감수성, 그러니까 본인이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 약하다든지, 아니면 어떤 다른 질환이 있어서 그런 것들을 견뎌내기가 힘들다든지 이랬을 경우에는 똑같은 충격을 받아도 훨씬 더 힘들어할 수 있고, 병으로도 많이 가는 그런 경향들을 보입니다.
◇ 정관용> 이번 경우같이 학생들이 집단으로 수학여행을 가다가 대형으로 이런 사고를 당하고 또 많은 학생들이 구조되지 못하고 아직 실종된 상태인데, 본인만 구조됐다. 이렇게 되면 요건 상으로는 굉장히 더 심한 외상후스트레스 증후가 나타날 수 있는 거네요?
◆ 이병철> 맞습니다. 사실 지금 구출되신 분들도 어떤 구출되지 못했던 남은 사람들에 대해서 굉장한 죄책감들을 가지고 있고. 사실 그 사고현장 자체가 굉장히 끔찍하고 굉장히 일반적이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많이들 힘들어하고 계시는데. 거기 남아서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이 구조된다면 그 사람들이 그 안에서 겪었던 일들은 사실은 상상할 수도 없이….
◇ 정관용> 더 끔찍하겠죠?
◆ 이병철> 그렇죠.
◇ 정관용> 여기서 지금 그 학생들, 구조된 학생들이 고려대 안산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윤호경 교수를 잠깐 연결하겠습니다. 윤 교수님?
◇ 정관용> 학생들이 지금 몇 명이 거기 입원해 있습니까?
◆ 윤호경> 학생들이 어제 왔다가 퇴원한 학생들도 있고 한데요. 60여 명이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학생들 가운데 혹시 응급수술 받거나 이렇게 중상자는 없습니까?
◆ 윤호경> 네. 코 골절이 됐다거나 아니면 골반 뼈에 골절이 된 친구들은 있는데요. 그 정도도 수술하고 중상 수준은 아니고요. 또 나머지 친구들은 신체적 검진 상에서는 큰 심각한 이상은 없는 상태입니다.
◇ 정관용> 그건 다행입니다.
◆ 윤호경> 네. 다행입니다.
◇ 정관용> 그런데 지금 학생이 굉장히 불안해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했습니다. 실제 윤 교수님 학생들을 만나보니까, 어떻던가요?
◆ 윤호경> 지금 학생들은 사실 아까 전에 이병철 교수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지금 급성 스트레스가 많은 상태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아직은 지금 실감이 나지도 않고 좀 경황도 없고. 아직 본격적인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증상을 보이는 상태는 아니지만, 어떤 급성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반응들을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극에 대한 반응이 저하되는, 소위 말하는 멍한 증상을 보이는 친구들도 많고요. 심한 불안을 보이는 친구들도 있고. 그리고 과호흡 그리고 불면, 혹은 재경험, 이런 다양한 증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 직접 대화도 나눠보셨잖아요.
◆ 윤호경> 네.
◇ 정관용> 어떤 점들을 가장 지금 말을 많이 하던가요?
◆ 윤호경> 일단은 아예 울기만 하고 말 자체를 잘 못하는 친구들도 많고요. 그러니까 얘기 자체를 그런 걸 떠올리는 걸 싫어하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얘기를 해도 그 끔찍한 순간들이라고 할까요. 고통스러웠던 순간들. 거기에 대해서 아무래도 이야기를 많이 하는 상태입니다.
◇ 정관용> 그래서 지금 어떤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그런 학생들한테는?
◆ 윤호경> 지금 우선은 아이들이 어떤 상태인지 상태에 대한 파악을 우선 저희가 오늘 오전에 시행하였고요. 그래서 상태가 어떤지, 친구들 상태를 상태에 따라서 판단을 한 다음에 그 친구 상태에 따라서 어떻게 개입을 할 것인지 나누어서 저희들이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먼저 진단부터 되어야 될 거고요. 그렇게 상태 파악을 하셨더니 좀 시급한 치료가 필요한 게 몇 명 정도고, 그나마 좀 잘 버티는 친구가 몇 명 정도고, 이렇게 좀 나누어질까요?
◆ 윤호경> 그런 부분들은 아무래도 조금 더, 오늘은 하루밖에 안 됐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좀 어렵고요. 또 내일 아마 병원에서 그런 부분에 대한 브리핑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앞으로 그러면 치료가 장기화됩니까? 이런 경우는 어떻습니까?
◆ 윤호경> 일반적인 이야기로 하자면요. 한 3분의 1 정도는 1개월 안에 비교적 잘 버티고 회복이 된다고 하고요. 3분의 1 정도는 약간의 그런 증상들을 가지고 지속되는 경우가 있고. 또 3분의 1은 본격적인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갈 수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까도 이야기가 나왔지만 스트레스의 규모나 정도에 따라 좀 다른 것인데요. 이번 재난의 규모는 상당히 좀 큰 것 같고. 또 아직 학생이라는 점이 좀 변수가 되고. 그런 것들이 좀 영향을 미쳐서 아무래도 좀 거기에 대해서 저희들이 좀 더 조심스럽게 보고 대처를 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그러니까 큰 규모의 사고고 학생들이라고 하는 점은 더 안 좋은 거죠. 그렇죠? 충격이 더 클 수 있는 것이고요.
◆ 윤호경>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아이고. 아무쪼록 잘 좀 치료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윤호경> 네, 알겠습니다.
◇ 정관용>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윤호경 교수 말씀 들었고요. 이병철 교수님.
◆ 이병철> 네.
◆ 이병철> 네, 맞습니다. 사실은 그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굉장히 만성적으로 진행되는 질환이고. 실제로 제 환자분들 중에는 월남전 참전용사들이 계십니다. 그러니까 사실은 벌써 몇 십 년 전의 일인데도 계속 그런 것들 때문에 잠을 잘 못자고 예민하고, 또 그런 것들이 얘기가 나오게 되면 불안해하고 이런 것들이 있고요. 그런 것들은 저희 5.18 광주 희생자들, 그런 사람들도 계속 증상을 보이고 있어서. 사실은 이것들이 앞으로 얼마나 이 학생들의 앞에 영향을 미칠지는 굉장히 걱정이 많이 되고요. 그런 의미에서 사실은 빨리 환자들을 잘 선별해서 윤호경 교수께서 잘 치료해 주시면 아마 그 사람들의 인생 자체가 많이 영향을 받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초기 치료가 가장 중요한 거죠, 이런 경우?
◆ 이병철> 맞습니다. 맞습니다. 사실은 초기에 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라는 게 어떤 것이고, 나한테 어떤 증상이 생길 수 있고, 이게 어떤 경과를 받는지 이것만 알아도 많이 좋아집니다. 그러니까 9.11테러 때 보면 실제로 많은 구조대원들이 굉장히 험한 현장에서 작업들을 했는데. 실제로 외상후스트레스가 많이 발생한 그룹들은 자원봉사자들이었어요. 그러니까 결국 각지에서 모인 자원봉사자들은 그런 것에 대한 훈련이 돼 있지 않고.
◇ 정관용> 교육을 안 받았군요?
◆ 이병철> 교육을 안 받았고. 그러니까 그런 끔찍한 장면을 봤을 때 실제 구조대원보다는 훨씬 더 경한 정도에 노출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어떤 정신적인 후유증이 많이 남았던 걸로 봐서는 일단은 그런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대한 어떤 인식을 가지고 그런 것들을 한 번 증상이 어떻든 간에 교육을 받고, 그다음에 거기에 맞춰서 딱 대처해 나가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자꾸 잠이 안 오고 자꾸 똑같은 꿈을 꾸고 이런 게 있을 수 있다. 생길 수 있다. 누구나 그런 거다. 이것만 알아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런 말씀이시군요.
◆ 이병철> 맞습니다. 맞습니다.
◇ 정관용> 아까 정리해 주신 재경험 과각성, 그리고 회피, 이건 어떻게 보면 다 정신적 그리고 심적 상황을 표현하신 건데. 이런 게 신체적인 반응으로 이렇게 나타날 수도 있습니까?
◆ 이병철> 물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까 윤호경 선생님이 말씀하신 과호흡이 나타난다고 그랬는데. 심적으로 굉장히 불안해지게 되면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숨 쉬는 게 숨이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되고. 본인이 숨이 막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숨을 몰아쉼으로써 정신이 없어지고 손발이 저리고 마비가 오고 이런 증상이 생기면서 응급실로 오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아마 그것은 아마 굉장히 심한 불안증세의 일부인데. 아마 그 중 학생들 중에는 그런 심한 정도를 보이는 경우들도 있을 것 같고요. 실제로 내가 어떤 느낌으로 어떤 생각으로 이렇게 막 사고에 대한 것들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계속 놀라고 불안한 것들이 내 의식에는 없더라도 몸에는 남아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목, 어깨 쪽으로 뻣뻣해 진다든지 때로는 긴장성 두통이라고 해서 머리 전체가 조이는 것처럼 계속 두통이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사고 이후에 이런 것들이 있다고 한다면 다치지 않았는데, 목과 머리를 다치지 않았는데 이렇게 통증이 온다면 과도하게 긴장해서 그런 것이 있을 수도 있고요. 사실은 어떤 사람들은 그게 심리적으로 불안감이나 악몽으로 오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신체증상, 과도한 긴장이나 아니면 이런 걸로 일한 근육통이나 이런 걸로 오기도 하고요. 어떤 사람은 정서적으로 굉장히 예민하고 날카로워지는 걸로 오기도 하고. 그렇게 오게 됩니다.
◇ 정관용> 우울증세 이런 것도 동반됩니까?
◆ 이병철> 물론입니다. 그리고 계속 불안하고 힘들고. 아까 말씀드렸던 게다가 죄책감, 내지는 그때 내가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는 어떤 무기력감, 이런 것들이 우줄 증상으로 진행될 수가 있고요. 심한 경우에는 우울 증상이 심해지면 모든 게 다 의미가 없다. 다 포기해 버려야겠다. 그리고 게다가 잠까지 못 자면서 계속 그런 악몽에 시달린다고 한다면 심할 경우에는 그냥 죽어버리는 게 차라리 낫지 않겠냐, 이런 극단적인 생각을 할 수도 있겠죠.
◇ 정관용> 이렇게 심적 반응뿐 아니라 신체적 반응으로까지 나타나고, 우울을 동반할 수도 있고. 정말 굉장히 다양한 패턴으로 나타나는 군요, 사람마다.
◆ 이병철> 맞습니다.
◇ 정관용> 어떤 일률적으로 평상시 신체가 건강하던 사람은 괜찮아, 이런 것도 아닌 거죠, 이건?
◆ 이병철>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은 구조대원이라든지 아니면 군인이라든지 이런 사람들은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많이 훈련된 사람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끔찍한 장면들을 보게 되면 심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게 신체적인 어떤 능력 내지는 의지력, 이런 걸로 극복되거나 아니면 그런 걸로 예방이 될 수 있는 것들은 아니고. 사실은 그런 것들을 잘 알고 있어야 되고. 또 그렇게 본인이 불안한 상태, 그리고 긴장된 상태에 있을 때 이런 것들을 빨리빨리 본인이 파악해서 풀어줄 수 있는 그런 훈련이 되어 있어야지 아마 좀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 정관용> 지금 이렇게 구조된 학생들한테서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고 했는데. 지금 현재 실종자들의 가족 분들이 사실 체육관에 집단적으로 지금 모여서 계시지 않습니까? 그분들은 끔찍한 사고를 직접 당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이분들한테도 이런 게 나타날 수 있습니까?
◆ 이병철> 물론입니다. 사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라는 것은 진단 기준상으로서는 내가 죽음의 위험에 처하거나 실제로 그런 죽어가는 그런 끔찍한 모습을 봐야지만 되지만, 그건 이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라는 것들이 심각한 질환으로 정의를 해서 그런 것들을 어떤 하기 위한 것들이고. 실제로는 우리 인간이,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 사람이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스트레스가 자녀에 관련된 어떤 안 좋은 소식. 쉽게 말하면 단정적으로 말씀드리면 죽음에 대한. 그러니까 사실 그것보다 더 끔찍한 소식이라는 건 있을 수가 없고. 사실 그런 것들을 맞닥뜨리고 있는 지금 부모님들은 당연히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하고. 계속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런 무기력한 상태에서 계속 버티는 수밖에 없는데. 그분들이 겪는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고요. 사실은 오늘 방송에서 학부모님들이 굉장히 흥분하시고 그런 것들을 보는데. 사실은 저는 그게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분이 그렇게, 그분들이 얼마나 심적 고통에 있는 상태이고. 그리고 지금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고. 제 생각에는 그분들도 저희가 뭐 물론 일단 학생들을 구하는 게 최우선이겠지만,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뭔가 우리가 그런 것들이 좀 지원이 필요하지 않나 이런 생각도 합니다.
◇ 정관용> 어떤 지원을 할 수 있을까요?
◆ 이병철> 제 생각에는 일단 뭔가 안심시켜드리는 게 중요하고요. 그리고 일단 뭔가를 할 수 있는 게 필요합니다.
◇ 정관용> 지금 그런데 안심이 되겠습니까?
◆ 이병철> 사실 그 안심이라는 게 범위가 넓지만 일단은 체육관 시설을 좀 더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할 수 있어야 될 것 같고요. 그리고 아까 보니까 이런 부족한 정보.
◇ 정관용> 왔다 갔다 하고 이랬다저랬다 하는 정보들.
◇ 정관용> 그래요. 구조된 사람들 말고 실종자나 또 사망이 확인된 그 가족들은 또 오죽하겠습니까?
◆ 이병철> 그럼요.
◇ 정관용> 이런 분들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얘기고요. 구조현장에 투입돼 있는 구조대원들, 이런 분들도 나중에 이런 걸 겪을 수도 있죠?
◆ 이병철> 맞습니다. 사실은 구조대원들은 많이 훈련되고 경험도 많으신 분들이 많지만, 사실 이번처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형사고의 경우에는 물불을 안 가리고 다들 구조에 참여하시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어려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사실 제일 걱정되는 부분들은 지금 구조에 들어가신 구조대원들이 사실은 어떻게 보면 구조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라는 식의 언론보도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사실 그것은 그 현장에 있는 전문가들이 판단할 일이고.
◇ 정관용> 물론 그렇습니다.
◆ 이병철> 우리 욕심만으로 되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사실 그렇게 보면 그분들은 목숨을 걸고 구조를 하는데 사실 그분들이 이렇게 충분히 자기 역량껏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 주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점들이 조금 아쉬운 것 같고요. 사실 이런 부분들은 나중에 구조대원 분들이 똑같은 충격을 경험했을 때 어떤 여러 가지 죄책감이라든지 아니면 어떤 자신들이 역할을 충분히 못했다는 아쉬움 같은 것들은 사실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심해지면 또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초기에만 잘 대처하고 그러면 완전히 완쾌가 됩니까, 이건?
◆ 이병철> 완쾌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고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리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유사한 그런 상황에 노출되게 되면 어느 정도 약간의 불안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실제로 사회생활을 하는데는 별 문제가 없고. 또 예전에 가지고 있던 어떤 그 흥미, 내지는 의욕, 활력, 이런 것들을 회복하는 것들은 가능합니다. 대개 그 기간을 1년에서 1년 반 정도로 보고 있고요, 치료기간을. 그 안에 좋아지면 좋아지지만, 그걸 넘어가게 되면 정말오랫동안 계속 진행되는 걸로, 증상이 고정되는 걸로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이번에 구조된 여섯 살 권 모 양. 그 사고충격 때문에 집주소, 전화번호, 심지어 부모이름까지 기억을 못한다 이랬는데. 괜찮아질까요?
◆ 이병철> 사실은 아까 말씀드린 회피 증상이 있는데. 회피 증상의 한 부분이 뭐냐 하면 사고와 관련된 굉장히 중요한 기억들을 잊어버리는 겁니다. 사실은 예를 들면 가족의 죽음. 화재가 나서 동생이 죽거나 자녀가 죽거나 그랬을 때, 다친 부모나 아니면 형제들이 그 자녀의 죽음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분명히 같은 방에서 자다가 불이 났는데 다른 데서 잘 치료받고 있지 않냐,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경우에 다른 친척들이 너무나 당황해서 그냥 잘 지낸다고 얼버무리고 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것처럼...
◇ 정관용> 기억을 일부러 지우는 군요?
◆ 이병철> 그렇습니다. 그 사실 자체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너무나 힘들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아예 그냥 심적 부담을 전혀 주지 않기 위해서 없어져버리는 그런 증상인데. 그것도 치료가 돼서 다른 증상들이 좋아지게 되면 본인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어떤 내적인 어떤 에너지가 생기고 역량이 생기면 그때 차근차근 회복시켜서 기억을 돌이키곤 합니다.
◇ 정관용> 약물이나 상담치료 이런 게 이제 이루어지게 될 텐데. 그런 것 외에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좀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 주시죠.
◆ 이병철> 첫 번째 제일 중요한 게 첫 주 동안에는 대개 7, 80%에서 이런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반응들을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주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 증상이 좋아지는 거라고 보면 되고요. 가족들이 해야 될 건 이 증상이 다들 있는 거고, 그리고 이 증상이 있다고 해서 특별히 네가 속된 말로 미친다거나 이상하게 되는 게 아니고 당연히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 정관용> 누구나 다 겪는다.
◆ 이병철> 안심을 시켜야 됩니다. 계속 안심을 시켜야 되고. 피해자들이 대개 어떤 사고에 계속 집중하는 그런 양상들을 보입니다. 그러니까 밖에 나가지 않고 계속 뉴스만 들여다본다든지 이런 양상을 보이는데, 그런 것들은 굉장히 안 좋은 내용이 되겠습니다. 어떻게든지 그런 사고에 대한 기억을 반복으로 떠올리지 않고 좀 끊어주는 게 좋고요. 그런 것들에 자꾸 몰입을 하려고 한다면 같이 데리고 산책을 나간다든지.
◇ 정관용> 기분전환 시켜주고.
◆ 이병철> 뭔가 좀 다른 걸 통해서 그런 쓸데없이 거기에 집착하는 것을 막게 해 주는 것. 이런 것들이 필요할 것 같고요. 자신이 겪었던 경험들에 대해서 1주가 지나게 되면 차차 마음이 안정되니까 조금씩 표현하게 해 주는 게 좋습니다. 그때 있었던 일들 끔찍한 일들. 거기에서 표현하는 핵심은 뭐냐 하면 내가 그 상황에서 얼마나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했는가. 거기에 대해서 잘 이야기 해 줘야 됩니다. 사실은 이번에도 피해자들이 많이 구조가 됐는데 자신들이 아무 것도 못했다는 그런 어떤 심한 죄책감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런 극단적인 상황이 되면 훈련되지 않은 사람들은 굉장히 어려움이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자꾸 죄책감을 얘기하면 ‘아니야, 너 잘한 거야’ 이런 식으로 대꾸를 해 줘라.
◆ 이병철> 잘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계속 강조를 해 주시고.
◇ 정관용> 일단 누구에게나 다 있다고 인정 시켜주고 기분전환 시켜주고 표현하도록 도와줘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까지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 이병철> 네.
◇ 정관용> 한림대 이병철 교수 말씀까지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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