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항로를 바꾸면서 결박돼 있던 선박 내 차량과 컨테이너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여객선이 무게 중심을 잃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17일 해경 등에 따르면 세월호 선장 이준석(69)씨와 승무원 등을 조사한 해경 수사본부는 사고 원인을 '급격한 변침'으로 잠정 결론 낸 것으로 알려졌다.
급격한 변침으로 선박이 좌현으로 기울고, 결박 화물이 풀리면서 여파로 배가 서서히 기운 뒤 사고 신고 직후에는 통제가 힘들 정도로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해경의 설명이다.
또 배가 심하게 지그재그로 운항했다는 생존자들의 증언은 급격한 항로 변경 이후 배가 복원력을 잃었다는 추정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라고 해경은 덧붙였다.
여객선 보일러실에 근무했던 승선원 전모(61)씨는 "오전 7시40분께 업무를 마치고 업무 일지를 쓰던 중 갑자기 배가 기울었다. 창문이 박살 나고 사람들이 한쪽으로 쏠릴 정도였다"고 진술해 이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여객선에 타고 있언 조타수 오용석(58)씨도 "배가 왼쪽으로 확 기우는데 10초도 안 걸릴 정도로 순식간이었다"며 "배가 이미 60도 이상 기운 상태라 배의 균형을 잡는 힐링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경은 많은 승객이 증언한 '쾅'하는 소리는 1, 2층에 실린 화물 컨테이너와 승용차 등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선체에 부딪혀 난 소리로 보고 있다.
세월호에는 당시 180대의 차량과 컨테이너 화물 1천157t이 결박된채 실린 상태였다. 사고가 난 지점은 제주로 항해하는 선박들이 병풍도를 끼고 왼쪽으로 뱃머리를 돌리는 지점이다.
이날 해양수산부 선박자동식별장치(AIS)의 항적 분석 결과에서도 세월호의 항로가 사고 직전 갑자기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부는 "최종 결과는 정밀 분석을 통해 확정될 것"이라면서도 "AIS 항적자료를 1차 분석한 결과 오전 8시49분께 선박에 이상 징후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전남소방본부에 최초 신고가 접수된 8시52분보다 3분 전이다.
항로가 갑자기 바뀌었다. sunggu@yna.co.kr @yonhap_graphics(트위터)
세월호가 완만하게 항로를 바꾸지 않고 급격하게 뱃머리를 돌린 것이 사고 원인이 됐다는 관측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풀이된다.
박진수 한국해양대 교수는 사고의 원인에 대해 "대규모 변침에 의해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복원성을 상실한 경우가 아닌가 보인다"고 했다.
사고 선박의 무리한 구조변경도 급격한 변침과 맞물리면서 침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세월호는 2012년 10월 일본에서 국내에 도입된 이후 더 많은 승객을 수용하기 위해 3∼5층에 객실을 확장하는 구조변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무게중심이 기존보다 높아져 사고 당시 선박이 기울어지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급격한 변침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진수 교수는 AIS 분석결과 변침하는 시점에 속도가 17∼18노트에서 5∼6노트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데 대해 "배 앞에 나타난 장애물을 피하려고 변침과 동시에 엔진을 사용해서 속도를 떨어뜨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90도가량 선회했다면 그야말로 앞에 나타난 급박한 위험을 피하려 했을 수 있다"면서 "아침이니 어선이 튀어나왔을 수 있고 떠다니는 장애물이 있었을 수 있다. 단 AIS 자료를 보면 암초는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항해사 출신의 해양업계 관계자도 "20도 이상 급선회하는 것은 위험상황으로 흔치 않다"면서 "다른 선박이나 암초가 갑자기 나타나는 등 급박한 상황에서 엔진 회전수(RPM)를 줄여 감속하면서 돌아서 피하려 했을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는 "무언가와 충돌해서 속도가 떨어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급격한 변침인지, 급격한 변침이라면 왜 했는지 수사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