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침몰] 급선회때 속도 뚝…"급박한 위험 만난듯"(종합)

AIS 항적 분석결과 순식간 3분의 1로 급감속…90도 급선회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가 지난 16일 오전 8시 48분 37초 서남쪽으로 급하게 우회전을 하는 시점에서 속도가 급격하게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소방본부에 최초 신고가 접수된 8시 52분보다 4분가량 앞선 시각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7일 "변침(각도를 바꿈)하는 시점에 속도가 뚝 떨어졌다"면서 "그전까지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통상 속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무슨 일이 생겼는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선박자동식별장치(AIS) 항적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세월호는 속도 17∼18노트로 가다 변침 시점부터 5∼6노트로 12노트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의 항로를 육안으로 보면 90도 정도 오른쪽으로 급격하게 각도를 틀었다.

박진수 한국해양대 교수는 이에 대해 "변침하면 마찰 저항 때문에 속도가 조금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그 정도로 속도가 떨어지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배 앞에 나타난 장애물을 피하려고 변침과 동시에 엔진을 사용해서 속도를 떨어뜨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90도가량 선회했다면 그야말로 앞에 나타난 급박한 위험을 피하려 했을 수 있다"면서 "아침이니 어선이 튀어나왔을 수 있고 떠다니는 장애물이 있었을 수 있다. 단 AIS 자료를 보면 암초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박의 조종성에 문제가 생겨 마음대로 조종이 안 되는 상태가 됐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속도가 급격히 감소한 것에 대해 "엔진 회전수를 줄인다고 갑자기 속도가 떨어지진 않는다. 외부 물체와 접촉해 속도가 줄어든 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승선 경력이 있는 항해사 출신의 해양업계 관계자도 "20도 이상 급선회하는 것은 위험상황으로 흔치 않다"면서 "다른 선박이나 암초가 갑자기 나타나는 등 급박한 상황에서 엔진 회전수(RPM)를 줄여 감속하면서 돌아서 피하려 했을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는 "무언가와 충돌해서 속도가 떨어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급선회 때문에 자동차나 컨테이너 등 무거운 화물이 한쪽으로 쏠려 선체에 부딪히면서 구멍이 나서 물이 들어와 배가 급격히 기울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군함은 훈련하느라 급선회하기도 하지만 여객선은 승객이 불편해하기 때문에 급하게 각도를 틀지 않는다"면서 "큰 위험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월호는 급선회 후 418m를 가다 8시 52분 13초에 다시 방향을 북쪽으로 틀었다.

이때부터는 아주 느린 속도로 AIS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오전 10시 12분까지 70분간 북쪽으로 4천350m가량 항해한다.

해수부는 세월호가 동력을 상실해 표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