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의 퇴선 명령이 있기까지 30분간 배의 두뇌라 할 수 있는 조타실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사고 당일 새벽 4시까지 업무를 마치고 쉬고 있던 조타수 오용석(58)씨는 갑자기 배가 왼쪽으로 쏠리는 느낌을 받았다.
방을 나온 오씨는 선장과 함께 급히 조타실로 향했다.
당시 조타실에서는 3등 항해사와 조타수가 힐링펌프 스위치(배의 균형 장치)에 대기하고 있었고, 1등 항해사와 다른 조타수는 키를 잡고 있었다.
조타실에 들어선 선장은 급히 "힐링해라! 힐링해!"라고 외쳤다. 힐링하라는 말은 배수 펌프를 작동해 배의 균형을 잡으라는 말이다.
하지만 배는 쉽사리 균형을 잡지 못하고 점점 더 기울어졌다.
오씨는 "배가 왼쪽으로 급격히 기우는데 10초도 안 걸릴 정도로 순식간이었다"며 "배가 이미 60도 이상 기운 상태라 힐링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선장은 재차 힐링을 지시했지만 상황은 더 악화돼 배는 90도 가까이 넘어갔다.
힐링에 실패한 선장은 승객들에게 안내방송을 통보하게 된다.
선장의 지시를 받은 고 박지영(22)씨는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고 기다릴 것을 주문하는 1차 안내방송을 보냈다.
조타실 안에 있던 승무원들은 이번에는 구명정 고정 레버를 당기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레버를 당기려고 선체 벽을 기어오르던 조타수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팔을 다쳐 힘을 쓰지 못했다.
1등 항해사는 체념한 듯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 구명정 투하를 못하겠다"고 선장에게 보고를 했다.
그때서야 선장은 1등 항사에게 퇴선 명령을 내렸다
배가 왼쪽으로 쏠리는 느낌을 받고 퇴선 명령이 떨어지기까지 30분 가량 흘렀다.
그러나 오씨는 "선장이 1등 항해사에게 퇴선 명령을 내렸지만 이 지시가 실제 승객들에게 전달됐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