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2시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 4층 강당.
붉어진 눈시울을 연신 훔치며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던 김 씨는 손녀 박 양이 보낸 마지막 문자를 보며 기가 막힌 듯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는 사고가 나기 직전인 16일 오전 8시 30분쯤 손녀에게 '배 내려 버스 탔겠네'라는 문자를 보냈다.
'아직 배'라는 답문을 보낸 박 양은 그로부터 30분 뒤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할머니, 배가 반이 기울어서 다 죽을지도 몰라. 깜깜한데 난간 붙잡고 있어!"
손녀딸의 전화를 받고 믿겨지지 않아 처음에는 "장난인가"생각했다는 김 씨는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박 양은 받지 않았다.
수차례 시도 끝에 전화가 결렀지만 박 양은 "할머니 끊어!"라고 외치고는 곧 전화가 끊어졌다.
이후 10시 9분 김 씨 휴대전화에 'ㄹ' 한 글자가 담긴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을 끝으로 박 양은 실종됐다.
안산 고대병원에서 태어났다는 박 양은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 김 씨와 함께 자랐다.
맞벌이하는 엄마를 대신해 박 양을 키워온 김 씨는 박 양이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라고 전했다.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세월호 선장 조사 장면을 보던 김 씨는 "선장이 애들 놔두고 자기 먼저 나가면 돼. 그게 사람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강당에는 김 씨처럼 실종된 학생들의 구조 소식을 기다리는 가족들과 단원고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오후에는 학생들 사이에 '생존자 명단'이라는 리스트가 돌면서 이 소식을 접한 가족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등 술렁이기도 했다.
생존자 명단을 문자로 받았다는 실종자 가족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일부 학생과 가족들이 과도한 취재 열기를 비난하며 욕설을 하는 등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편, 학교에 사고대책본부를 꾸리고 구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단원고 측은 18일까지였던 휴교령을 연장해 오는 23일까지 임시 휴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