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고 메지시와 백악관발 추가제재 언급으로 러시아의 양보를 압박했고,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국내여론을 다독이며 전열을 다듬을 듯한 기세로 맞섰다.
16일(현지시간) AP 통신 등 해외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유럽연합(EU)·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제네바 4자 회담을 앞두고 오바마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며칠안에 러시아에 추가제재를 단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히고 나섰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신규 제재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사태) 완화에 진지하게 임하는지를 주시하며 이번 회담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미국 고위관리는 이번 회담이 추가 제재 이전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대화하는(engage with) '마지막 시도'가 될 것이라고 AP에 설명했다.
미국은 회담에서 돌파구가 마련되리라는 기대가 낮은 만큼 이미 제재 대상을 마련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올리가르히(신흥재벌) 등 푸틴 대통령의 가까운 측근과 이들이 운영하는 기업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비살상 지원도 확대할 예정으로, 의약품과 의복 등이 포함된 지원 패키지를 검토해 이번주 내로 확정할 방침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CBS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안정을 저해하고 주권을 침해하려 할 때마다 결과가 따를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의 결정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러시아에게도 나쁜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드레이 데쉬차 우크라이나 외교장관도 이날 회담 참석차 제네바에 도착해 "러시아가 테러 행위를 지원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측은 지역 자치권 확대 등 보다 유화적인 조처를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에 제안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미국 국무부의 고위 관리는 전했다.
이에 맞서 푸틴 대통령은 이날 자국시간 정오에 연례 대국민 질의응답인 '국민과의 대화'에 나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대국민 발언이 우크라이나 동부 사태 전개에 미칠 영향은 제네바 4자 회담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까지 로이터 통신은 분석했다.
푸틴이 어떤 입장을 밝히느냐에 따라 우크라이나 사태의 향방이 크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서방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도 격하게 대립했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러시아어 사용 인구에 광범위한 인권 침해가 가해진다는 증거가 없다고 결론낸 전날의 유엔인권최고대표(OHCHR) 보고서를 두고서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 보고서가 "편향돼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필립 브리들러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 최고사령관 겸 유럽 주둔 미군 사령관은 다수 국가가 지상군 병력 파견을 제안해 왔다고 전했다.
독일은 병력 45명과 해군 보급선 한 척, 공군 유로파이터 제트기 최대 6대를 파견할 예정이라고 dpa통신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