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넥센은 조금 달랐다. 넥센의 외국인 타자 비니 로티노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62경기에 불과하다. 성적도 타율 1할6푼5리, 3홈런이 전부다. 지난해에도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 2군에서 뛰었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로티노의 수비에 초점을 맞췄다.
로티노는 외야수부터 내야수까지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마이너리그에서는 289경기나 포수 마스크를 썼다. 실제로 한국에 올 때 내·외야 글러브와 함께 포수 장비도 챙겨올 정도다.
일단 염경엽 감독은 로티노를 좌익수로 쓸 계획이었다. 넥센 타선이 워낙 한 방이 있기 때문에 기대치도 크지 않았다. 하위타선에서 2할7푼에 60타점 정도를 기대했다.
초반은 잠잠했다. 다른 외국인 타자들이 연일 홈런포를 터뜨리면 주목을 받았지만, 로티노는 첫 6경기에서 타율 1할2푼5리에 그쳤다. 7번이었던 타순도 8번, 그리고 9번까지 내려갔고, 선발에서도 제외됐다.
하지만 10일 KIA전에서 포수 마스크를 쓰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염경엽 감독은 "선발 포수로 나갈 일은 없다"고 못 박았지만, 허도환의 부상과 박동원의 컨디션 난조로 인해 로티노에게 안방 마님 자리를 맡겼다. 선발이 외국인 투수 앤디 밴 헤켄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로티노는 밴 헤켄과 호흡을 맞춰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물론 프로야구 3년차인 밴 헤켄이 리드했지만, 효과는 만점이었다. 결국 염경엽 감독도 밴 헤켄에게 로티노를 포수로 붙이겠다고 선언했다.
로티노는 16일 LG전에서 다시 밴 헤켄의 공을 받았다. 이번에도 6⅓이닝 무실점으로 팀의 7연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포수 마스크를 쓴 뒤 거짓말 같이 타격도 살아났다. 12일 한화전에서 마수걸이 홈런을 신고하는 등 6경기에서 타율 3할8푼9리를 기록했다. 덕분에 넥센은 1번부터 9번까지 쉬어갈 틈이 없는 타선이 완성됐다. 비록 매 경기는 아니지만, 그동안 넥센의 약점이었던 포수들의 타격도 해결했다.
분명 이름 값은 떨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로티노는 외야수를 넘어 포수로까지 활용할 수 있다. 외국인 타자들의 가세로 기존 선수들이 자리를 잃은 다른 팀과 달리 로티노는 상황에 따라 팀의 여러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카드인 셈이다.
이대로만 시즌이 흘러간다면 로티노가 외국인 타자 선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