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가장 먼저 제기된 사고 원인은 '암초'로 인한 침몰설이었다.
하지만 침몰 사고가 발생한 해역에는 해도((海圖)상 암초가 존재하지 않고, 전문가들도 선박들이 일상적으로 지나다니는 통상항로라고 말하고 있어 암초로 인한 좌초 가능성은 희박하다.
외견상으로 선조가 모두 깨끗하다는 점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임긍수 목포해양대학 교수는 16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암초에 걸리면 어느 한 쪽이 덴트(움푹 들어감)가 되든지, 크랙(금)이 생기든지, 스크래치(긁힌 자국)가 생기든지 무슨 형상이 나타난다. 그런데 그런 자국이 전혀 없었고 배 밑이 깨끗하다"고 주장했다.
또 여객선이 암초와 충돌했다면 배가 튀어나갈 정도의 충격이 있어야 하는데 구조된 승객들은 모두 이와 같은 진술을 하지 않았다.
암초 이외 사고 원인 가능성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이 '외방경사'다.
선체가 급회전하게 되면 경사가 발생하는데 그때 유속까지 강해져 더 많은 경사를 일으키고 이로 인해 싣고 있던 화물까지 풀려 참사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즉, 어떤 장애물에 걸린 것이 아니라 배의 중심이 맞지 않아 배를 180도, 360도로 돌리다가 화물까지 풀려 배가 점차 기울어졌다는 얘기다.
임긍수 교수는 "외방경사로 인해 화물을 실은 자동차들이 경사된 쪽으로 밀렸을 가능성이 있고, 컨테이너 등이 넘어가게 돼 쾅쾅하는 소리가 났을 것이다. 그러다 배에 물이 과다하게 잠기다가 어느 한 순간에 갑자기 확 넘어갔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내놨다.
생존자들도 이와 유사한 상황을 증언했다.
구조자 서희근씨는 CBS노컷뉴스 기자와 만나 "사고 발생 전날밤 군산 근처에서 배가 한 번 왼쪽으로 휘청거렸다. 사고 당일도 왼쪽으로 확 넘어갔는데 어젯밤에 느낀 것과 비슷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구조자 유호실(57)씨는 "컨테이너가 떨어지기 '쿵'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 후에 뱃머리를 우현으로 확 틀었다. 확 트니까 컨테이너가 우르르 쏟아지면서 사람들이 한쪽으로 다 쏠렸다"고 상황을 전했다.
임 교수는 "사고 당일 안개가 꼈고 사고 지역에 어선들이 많은 지역이다. 섬 뒤에서 어선이 갑자기 나왔다든지 하는 상황을 피하려다가 의도치 않게 급전타(선박이 방향키 각도를 급격히 바꿈)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이지 않나 추측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