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배 안으로 물이 급격히 차오르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일부 승객들은 구조조끼를 입고 밖으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그제야 선내방송에선 "배 밖으로 뛰어내려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뒤늦게 배를 탈출하기엔 이미 선체가 지나치게 기울었거나 가라앉아 탈출구를 찾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구명정 등 구명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말썽을 일으켰다는 증언도 있다.
여기에 시설 상당 부분이 전기로 작동하는 세월호에서 사고로 발전기가 꺼져 정전됐을 가능성도 높다. 승객들이 어둡고 좁은 통로를 빠져나오거나 무거운 철문을 밀어 열기에 버거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해양대학교 남청도 교수는 “배의 동력이 끊기면서 모든 기기의 작동이 정지된 것이 대피를 어렵게 한 요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절벽에 가깝게 배가 기울면서 특히 노약자나 어린이들은 빠져나오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배가 30~40도만 기울어도 사람이 서 있기 힘들다고 한다. 특히 배 안 쌓아뒀던 물건들이 쏟아지면서 탈출구를 막는 등 어려움이 있을 것을 것으로 보인다.
구조된 이들은 "짐들 같은 것이 다 쏟아졌다"거나 "줄을 잡고서야 겨우 밖으로 나왔다"고 증언하고 있다. 자꾸 기울어가는 배 안에서 신모(18)양은 아버지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친구들과 뭉쳐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고 알렸고, 다급했던 아버지가 밖으로 나오라고 하자 신양은 "지금 걸어갈 수 없어. 복도에 애들 다 있고 너무 기울어져 있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