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대대적인 전력 보강으로 '더블 스쿼드'를 구축해 K리그 클래식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동반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하지만 3~4일 간격으로 국내외를 오가며 경기하는 고된 일정에 결국 발목 잡혔다.
개막부터 시작된 전북의 살인적인 일정은 K리그 클래식이 브라질월드컵 휴식기에 들어가는 5월 10일까지 계속된다. 이는 안방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호주)에 0-2로 패한 울산 현대 역시 마찬가지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은 5월 12일부터 7월 4일까지 약 8주간의 월드컵 휴식기를 보낸다. 일본 J리그도 마찬가지다.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된 중국의 슈퍼리그 역시 6월부터 7월 말까지 휴식기다. 반면 추춘제로 운영되는 호주 A리그는 월드컵 기간이 비시즌이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12팀이 스플릿 시스템까지 총 38라운드로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른다. 18팀이 속한 J리그 1부리그는 올 시즌 리그에서 34경기를 소화한다. 중국 슈퍼리그도 16팀이 30라운드로 한 시즌을 치른다. 10 팀이 경쟁하는 호주 A리그도 마찬가지로 27경기로 상대적으로 적다.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자체가 최대 고민, 조 추첨이 변수
그렇다면 경기 수의 차이가 K리그 클래식 팀들이 부진한 이유일까. 100% 아니라는 결론은 내릴 수 없지만 적어도 일정이 K리그 클래식 팀들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부진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신명준 리그운영팀장은 "현재 K리그 클래식은 95개의 후보 가운데 가장 이상적인 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팀들은 일정상 배려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어떤 팀에도 유불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공평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 팀장은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팀들이 유독 힘들어하는 이유는 호주가 아시아 축구에 편입됐기 때문이다. 다른 어떤 지역보다 호주로 원정을 떠나는 팀들은 힘이 들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12시간이 넘는 장시간의 호주 원정이 고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K리그 클래식 팀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E조의 포항을 제외하고 서울과 전북, 울산이 속한 조에는 호주 팀들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 역시 호주 원정에서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진 멜버른 빅토리(호주)에 덜미를 잡혔다. 올 시즌 자타공인 '더블 스쿼드'를 구축한 전북과 울산은 K리그 클래식에서는 선두 싸움을 펼치고 있지만 4월 들어 성적은 만족할 수 없는 수준이다. 서울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과 AFC 챔피언스리그 모두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하지만 포항은 지난 시즌에 이어 외국인 선수 없이 제한적인 선수단을 운영하면서도 올 시즌도 K리그 클래식과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모두 선두에 올라있다. 현재로서는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K리그 4용(龍)'의 가장 큰 차이가 '호주 원정'이라는 점에서 희비를 엇갈리게 한 최대 변수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