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무부의 마르지 아프캄 대변인은 전날 관영 뉴스통신 IRNA에 "이 문제를 관련 위원회에서 다뤄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했다"고 밝혔다.
유엔 총회 아래에는 유엔본부 소재지 국가와의 관계를 다루는 위원회가 있다.
니콜라스 에밀리우 유엔 주재 키프로스 대사가 위원장을 맡은 이 위원회는 이르면 다음 주 이란의 요청에 따라 회의를 열 예정이다.
에밀리우 대사는 다만 "이란은 위원회에 어떤 조치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면서 "일단 위원회는 현 상황에 대한 이란의 브리핑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위원회 측에 보낸 서한에서 "유엔본부 소재지 국가가 회원국 외교관에게 비자 발급을 거부하는 것은 국제법상 의무와 본부협정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도 같은 내용의 서한을 보내 193개 회원국에게 회람할 것을 요구하는 등 개입을 요청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미국이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일하는 외교관들에게 비자 발급을 거부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일부 적대국 외교관에게도 뉴욕시를 중심으로 반경 40㎞ 이내로 활동 범위를 제한하더라도 비자는 발급하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미국은 1980년대에도 테헤란 대사관 점거 사건에 동참한 일부 이란 외교관에게 비자 발급을 거부한 적이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다른 유엔 회원국의 대사 내정자에게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AFP 통신은 전했다.
1947년 유엔 '본부협정'에 따르면 미국은 외국 외교관에게 원칙적으로 유엔본부 접근을 허용해야 한지만 '안보, 테러, 외교정책' 상의 이유로 비자 발급을 거부할 수는 있다.
미국 정부는 이란이 유엔 주재 대사로 내정한 하미드 아부탈레비가 1979년 당시 테헤란 미국 대사관 점거를 주도한 '무슬림학생연맹' 회원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최근 비자 발급 거부 방침을 유엔과 이란에 공식 통보했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아부탈레비가 벨기에, 이탈리아, 호주 대사를 역임한 노련한 직업외교관이라며 교체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아부탈레비 내정자 역시 자신은 대사관 점거 사태 당시 단순한 통역으로 활동했을 뿐이며 '무슬림학생연맹'에 가입한 것도 사건 발생 이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