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은 미국의 무인기 공습 실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드론'(Drone) 내용과 영화에 출연한 전직 무인기 조종사들의 증언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면서, 이와 관련해 합법성과 관리감독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CIA가 파키스탄 내에서 진행한 무인기 공습에서 민간인이 아니라 미국 공군의 제17 항공정찰대 소속 조종사들이 무인기 조종을 맡았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정보기관인 CIA가 무인기를 이용한 작전을 수행하면서 비밀리에 정규군을 이용했다는 내용이 다큐멘터리의 요지다.
무인기 기종 중 하나인 '프레데터' 조종사였던 브랜던 브라이언트는 다큐멘터리에서 "실제로 무인기를 조종한 것은 언제나 공군이었다"라고 말했다.
역시 전직 무인기 조종사인 마이클 하스와 익명을 요구한 다른 무인기 조종사들도 브라이언트의 증언을 뒷받침했다.
하스는 그간 무인기 프로그램에 대한 공개 조사가 주로 CIA에 집중돼왔지만, CIA의 지시를 받고 실제 작전을 수행한 군의 역할 또한 시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전직 무인기 조종 담당 지휘관은 공군 무인기 조종사들이 민간인인 CIA 분석가로부터 누구를 상대로 공격을 수행할 것인지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국가안보프로젝트(NSP) 책임자 히나 샴시는 다큐멘터리 내용이 사실일 경우 특정 대상을 겨냥해 비밀리에 이뤄진 살상 행위의 법적 근거와 주체를 두고 합법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CIA가 군에 지시를 내려 군사행동을 수행했다면 대부분의 미국인에게는 충격일 수밖에 없다. CIA는 해외 정보를 담당하는 정보기관이지 대량 살상을 주도하는 기관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CIA가 정확히 어떤 규정 아래 작전을 수행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전쟁터 안팎을 막론하고 재판 없는 살상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점은 명백하다"며 "CIA가 살상 행위에 몰래 이용해온 군대 또한 해당법을 위반했는지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유엔 등에서 국제법 위반 우려를 제기해온 작전에 현역 군인이 직접 개입했다는 점에서 해당 무인기를 조종한 공군 조종사들도 원칙상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제17 항공정찰대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인근 모하비 사막에 있는 크리치 공군기지에 근거를 두고 있다. 크리치 공군기지는 1990년대부터 미군의 무인기 프로그램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디언은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방부, CIA에 다큐멘터리 내용과 관련해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