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검찰에 자진출석한 이 씨는 회삿돈을 횡령하게 된 경위 등을 자술서 등을 통해 밝혔다. 이 씨는 이날 검찰에 자진 출석하면서 미리 작성한 자술서를 들고 갔다.
그는 "회사를 키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회사에서 그만큼 보수를 책정해 주지 않아 돈을 가져다 썼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에서 일했던 이 씨는 2000년 4월 설립된 자회사인 의료용품 구매대행업체 K임원으로 자리를 옮겨 회사를 키우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K사는 10여 년 만에 매출 3,000억원대의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업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씨는 조금씩 돈을 빼돌리는 일반적인 횡령사건과 달리 2010년 회삿돈 17억원을 한꺼번에 꺼내다가 대부분을 선물·옵션 등에 투자해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횡령한 돈 일부가 채 전 총장의 혼외자로 보도된 채모 군의 통장으로 흘러간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도 자체 감사를 통해 이 씨의 횡령 사실을 확인했지만, 그동안의 업무 성과 등을 고려해 사실상 이를 용인했다는 게 이 씨의 주장이다.
이 씨는 회사 자체 감사 이후 "회사에서도 '퇴사하고 나중에 일부라도 갚으라'고 해서 어느정도 합의된 사항"이라며 "퇴직금도 정상적으로 다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검찰 조사가 남아있지만 이 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삼성 측이 최근 사건을 조사해달라며 진성서를 낸 것도 의문을 살 수 밖에 없다.
지난 2012년 3월 퇴사한 이 씨에 대해 '왜 2년이 지난 후에 갑자기 진성서를 내며 사건을 키웠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삼성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진성서를 낸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검찰은 이 씨가 채 군에서 돈을 줬다고 해도 채 전 총장에게 뇌물죄 등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신 임 씨의 '가정부협박 사건' 등을 수사하기 위해선 채 군과 채 전 총장 간의 관계를 조사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