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투기, 美 구축함에 12차례 근접 '도발 비행'

90분에 걸쳐 가장 가까이로는 900m까지 접근…美, "도발적" 비난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러시아와 서방 간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난 12일(현지시간) 러시아 전투기가 흑해를 순찰 중이던 미 해군 구축함에 대해 여러 차례 도발성 비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하면 양국 군 간 충돌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어서 흑해에서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러시아 전투기 수호이(Su)-24 한 대가 지난 12일 저녁 흑해 공해상을 순찰 중이던 미국 해군 구축함 도널드쿡 주변을 12차례 근접 저공비행을 했다고 14일 밝혔다.

미국 국방부 설명에 따르면 이 전투기는 거리상으로 도널드쿡 900m 이내 지점까지 근접했으며 고도상으로는 해상 150m 지점까지 저공 비행했다.


도널드쿡은 해당 전투기에 수차례 경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러시아 전투기는 응답하지 않았다.

러시아 전투기의 근접 저공비행은 90분가량에 걸쳐 진행됐으나 양측간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해당 전투기는 비무장 전투기로 보였으며, 도널드쿡 바로 위 상공까지는 접근하지 않았다고 미국 국방부는 밝혔다.

도널드쿡 주변에는 또 다른 수호이(Su)-24가 한 대 더 있었지만, 이 전투기는 일정 고도를 유지하며 도발 비행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당시 도널드쿡은 루마니아 동쪽의 흑해 공해상에서 일상적인 순찰 작업 중이었다.

도널드쿡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어뢰 등 공격용 무기를 실은 구축함으로, "수호이-24 전투기 두 대에 대해 충분히 방어할 능력이 있다"고 미국 국방부 스티브 워런 대변인(육군 대령)은 설명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크림 합병으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우크라이나 주변 동유럽 국가들의 우려가 커지자 지난 10일 도널드쿡을 흑해에 파견했다.

워런 대변인은 이같은 내용을 공개하며 "러시아의 이러한 도발적이고 비전문적인 행동은 국제조약 및 양국 군대 사이에 체결한 협정에 맞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러시아 해군 호위함이 미 군함을 따라다니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 해군 호위함이 미 군함에서 보이는 거리에 있지만, 위협감을 느낄 정도로 가까이 오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전투기의 도발 비행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친러시아 시위대의 계속되는 무장 시위로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 속에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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