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선희라는 특급 게스트를 섭외하고, 그의 지인으로 백지영과 이승기를 불러들인 제작진의 전략은 적중했다. 이런 걸 두고 '일타쌍피', 아니 '일타삼피'라고 하던가. 어찌 됐건 '힐링캠프'는 세 명의 게스트를 동시에 출연시켜 상대작 KBS 2TV '안녕하세요'를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11년 7월 첫 방송한 '힐링캠프'는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을 위로하는 필수 코드인 '힐링'을 앞세운 토크로 주목을 받았다. 2012년 당시에는 대선을 앞두고 대권 주자인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를 섭외하며 20%에 가까운 시청률로 토크쇼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SBS는 연말마다 연예대상을 통해 '힐링캠프'와 MC들에 수많은 상을 주면서 격려했다. 그런데 '힐링캠프'는 언제부턴가 재미없고 지루한 토크쇼로 전락했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출연 게스트의 '네임 밸류'에 따라 시청률은 널을 뛰었고, '힐링'보다는 문제를 일으킨 일부 스타들의 '변명의 장'을 열어주는 창구로 변질됐다. 오죽하면 연예계에 사고 치면 1년 뒤 '힐링캠프'에 나가 눈물 흘려라는 말이 있을까.
시청자는 바보가 아니다. 그런 변화를 귀신같이 '캐치'한다. 누구나 궁금해하지만, 당사자에게 민감한 질문은 요리조리 잘도 피해갔으며 억지 감동을 이끌어 내면서 시청자의 시선을 분산시키곤 한다. 간혹가다 (게스트와 합의한) 솔직한 질문이라도 나오면 '돌직구'라고 MC들을 치켜세운다.
토크쇼가 예전만 못하다는 말이 있지만, MBC '라디오스타'는 오랜 기간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MC들이 사고 쳐서 여러 번의 고초를 겪기도 했지만, '라디오스타'라는 배는 견고했다. '라디오스타'의 MC 윤종신, 김구라, 김국진, 규현은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질문만 게스트에게 던진다. 게스트를 배려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지만, 그건 게스트의 입장일 뿐, 시청자가 원하는 건 '라디오스타'의 그것이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힐링캠프'는 가식적인 토크쇼다. 시청자가 아닌 게스트를 위한 토크쇼라고도 볼 수 있다. 간지러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기보다 오히려 더 간지럽힌다.
걸쭉한 스타들을 섭외하기 위해,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기 위해 민감한 질문을 자체를 제외할 수는 있다. 하지만 사고 친 스타의 변명과 하소연, 작품 홍보를 보기 원하는 시청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시청자가 있기에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제작진이 간과해서는 안 된다. '힐링캠프'는 솔직한 '라디오스타'를 보고 배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