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감독 3인방이 데뷔작을 들고 관객의 심판 앞에 섰다.
스릴러, 범죄액션, 휴먼스토리까지 장르와 소재를 달리하고 충무로에 입문한 3인방은 이상기, 최종현, 나홍진 감독이다. 오랫동안 조감독으로 활동하며 현장을 지킨 감독부터 단편영화로 주목받아 곧장 장편 신고식을 치른 주인공까지 경력이 제각각이다.
데뷔작 ''무방비 도시(쌈지아이비전 제작)''로 개봉 첫 주 50만 관객을 불러모은 이상기 감독은 오랫동안 현장에서 익힌 감각을 첫 장편 연출작을 통해 유감없이 펼쳐냈다.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메가폰을 잡은 이 감독은 소매치기를 소재로 차용해 범죄 액션을 전면에 배치하면서도 혈육지정을 녹여 넣어 재미를 더했다. 신인 감독의 작품이지만 김명민, 손예진, 김해숙 등 연기파 배우들의 참여를 이끌어낸 것도 독창적인 시나리오 덕분이다.
이 감독은 영화의 표현과 해석을 두고 "인간의 운명"을 줄기로 꼽았다. "범죄나 액션을 뛰어넘어 휴먼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면서 "인간의 운명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욕망이란 뭘까 끝없는 고민을 작품에 넣으려고 했다"는 게 연출의 변이다.
영화 한 편이 완성되기까지 곳곳에서 일어나는 역학관계 탓에 이야기 전개가 촘촘하지 못한 면에서는 신인의 한계를 드러내지만 범죄 액션과 운명에 얽힌 인간사를 함께 풀어낸 건 이 감독이 이룬 성과다.
17일 개봉하는 ''어린 왕자(·피플&픽처스 제작)''로 데뷔한 최종현 감독은 초조하게 관객의 평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코믹 배우 탁재훈의 신파극 도전으로도 관심을 끄는 ''어린 왕자''는 상처로 마음의 문을 닫은 어른이 순수한 아이와 만나 치유되는 과정을 그린 최루성 이야기다.
최 감독은 2005년 ''나의 결혼원정기'' 각본과 조연출을 거치면서 정감 있는 이야기에 재능을 드러냈다. 때문에 장편 데뷔작으로도 휴먼 스토리를 택했다.
하지만 최 감독은 첫 연출작에 무작정 기대를 걸기보다 부족한 점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연출자는 요리사라고 생각하지만 신인이다 보니 인생의 희로애락 감정을 버무리지 못했다"고 고백해 오히려 차기작에서의 발전 가능성을 열어뒀다.
나홍진 감독 "좋다"며 데뷔작 두고 자신감 드러내
''추격자(비단길 제작)''를 연출한 나홍진 감독은 반대의 경우다. 2월 14일 개봉을 앞두고 현재 후반 작업 중인 영화에 대해 "정말 좋다"면서 공개적으로 자랑했다.
나 감독은 단편영화 ''완벽한 도미요리''와 ''한''으로 미장센단편영화제와 대종상을 석권하며 충분한 자신감을 얻었다. ''추격자''를 두고 "장편 연출의 어려움을 알았다면 추격전을 다룬 스릴러는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지만 완성한 작품에 거는 기대는 대단하다.
14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나 감독은 취재진을 향해 "앞으로도 여러분을 자주 보고 싶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사기 치지 않겠다"며 "작품이 좋다"고 자신했다. 연기파 김윤석과 하정우의 연기도 나 감독의 어깨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작품 색깔과 연출 성향이 다른 개성 강한 신인 감독 3인방의 피할 수 없는 경쟁에서 ''충무로 기대주'' 자리는 누가 차지할지 영화팬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