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류 감독은 "클린업 트리오 같은 타자가 전진 배치된다"면서 "KIA 김주찬이 대표적"이라고 꼽았다. 이어 "2번과 함께 6번까지 강하면 상대 투수가 피할 수 없는 타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는 야시엘 푸이그(LA 다저스) 등 장타자들이 2번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리그 자체가 번트를 잘 대지 않는 데다 워낙 장타력을 갖춘 선수들이 많은 까닭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데릭 지터(뉴욕 양키스)도 대표적인 중장거리 2번 타자다.
한국 야구도 장타력을 겸비한 2번 타자들이 점점 득세하는 양상이다. 다소 타순 변동이 있으나 넥센 이택근, 삼성 나바로 등이 꼽힌다. 한화 정근우, 두산 오재원도 빼어난 작전 수행 능력과 함께 한방을 갖추고 있다. LG는 이진영이 2번을 맡기도 한다.
그렇다면 전통적인 의미의 2번 타자는 누가 있을까. 류 감독은 "최근에는 조동화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야흐로 강한 2번 타자 전성시대. 조동화(33, SK)가 살아남는 법은 무엇일까.
▲"올 시즌 처음으로 번트가 두려워졌다"
통산 장타율은 간신히 3할(3할1리)를 넘겼다. 정근우도 172cm로 작지만 80kg의 다부진 체격에 지난해까지 통산 9시즌 59홈런, 장타율 4할1푼3리를 기록했다.
조동화는 데뷔 후 2번과 9번 등을 오갔지만 최근에는 줄곧 2번으로 나서고 있다. 조동화는 "이만수 감독님이 2번으로 나서라고 해서 거기에 맞는 타격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만 보면 정통 2번의 역할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번트 실패가 적잖았기 때문이다. 올해 3개의 희생번트를 기록 중인 조동화는 "올해 실패한 것은 4, 5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동화는 5번 희생번트 시도 중 2번 실패했다. 그러나 구단 관계자는 "성공률 60%는 굉장히 낮다"고 했다. SK는 올해 16번 중 13번 성공했다.)
특히 지난 10일 두산과 경기가 대표적이었다. 1번 김강민의 안타로 만든 무사 1루 기회에서 조동화의 번트 타구가 높이 떴다. 이에 두산 선발 노경은이 일부러 바운드된 공을 잡아 병살을 이끌었다. SK로서는 최악의 결과였다. 초반 기세를 잡지 못한 SK는 결국 0-5로 졌다.
조동화는 "사실 번트 하면 자신이 있었는데 올해는 두렵다"면서 "번트보다 오히려 만루 기회가 더 마음 편할 정도"라고 털어놨다. 이어 "김강민이 마음 풀라면서 번트를 가르쳐주겠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강한 2번? 나같은 2번 타자도 있어야죠"
하지만 조동화는 지난 12일 삼성과 원정에서 반전의 계기를 찾았다.
이날 1회도 사실 조동화는 번트 작전을 수행하지 못했다. 김강민이 2루타로 만든 무사 2루에서 조동화는 두 차례 번트 실패로 몰렸다. 다행히 2루 땅볼을 쳐 김강민을 3루로 보냈지만 불안한 장면이었다.
조동화는 그러나 7회 기어이 번트를 성공시켰다. 선두 타자로 나와 상대 허를 찌르는 1루 쪽 번트 안타로 출루한 것. 이후 조동화는 최정의 홈런 때 홈을 밟았다. 9-6으로 달아나는 쐐기점이었고, SK는 10-7로 이겼다.
'강한 2번 타자 시대'의 도래를 조동화도 인정한다. 그렇다고 기 죽지도 않는다. 조동화는 "메이저리그도, 우리도 점점 2번 강타자들이 오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나같은 2번 타자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번트도 더 잘 대고, 히트 앤드 런 등 작전도 더 잘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조동화도 강한 2번이다. 올 시즌 현재 조동화는 타율 2할4푼5리(53타수 13안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득점권 타율 3할5푼7리, 8타점, 8득점을 기록 중이다.
타점만 놓고 보면 전체 15위, 팀 내 3위다. 2번 타자 중에는 이택근(11개), 나바로(10개)에 이어 역시 3위다. 지난 11일 삼성 원정에서는 9회 희생타로 결승 타점을 올렸다.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할 줄 안다는 것이다.
조동화는 작지만 약하지 않다. 강한 2번 타자의 시대, 그리고 보기 드문 '타고투저'의 올 시즌. '정통 2번' 조동화의 생존기가 어떻게 쓰여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