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 한명이 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이상민 코치였다.
2010년 현역에서 물러나 해외 연수를 다녀온 뒤 2012년부터 삼성의 코치를 맡았다. 코치 부임 2년 만에 정식 사령탑이 됐다. 아직 현장 경험이 풍부하다고는 보기 어렵다. 그러나 배우겠다는 의지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이상민 신임 감독은 지난 2년동안 김동광 전 감독과 김상식 코치를 돕는 막내 코치였다. 전술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 사이를 조율하는 역할에 주력했다.
앞으로 삼성 농구의 색깔과 방향은 이상민 신임 감독의 농구 철학과 지도력에 달려있다.
이상민 감독은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한 가지 포인트를 묻는 질문에 "재미있는 농구를 할 생각이에요. 워낙 선수 시절 때 빠른 농구를 했기 때문에 일단 기본은 재미있고 빠른 농구를 할 생각입니다"라고 답했다.
기록을 찾아봤다. 정말 빨랐다.
이상민 감독은 1997-1998시즌 대전 현대 유니폼을 입고 KBL에 데뷔했다. 전주 KCC 시절을 포함해 이상민이 전성기를 누렸던 첫 8시즌동안 팀은 무려 5번이나 팀 속공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나머지 세 시즌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이상민 감독은 2007-2008시즌부터 삼성에서 뛰었다. 삼성은 이상민이 현역으로 활약한 세 시즌동안 팀 속공 부문에서 한 차례 1위(2010)에 올랐고 두 차례 2위(2008, 2009)를 차지했다.
이상민이 완성시킨 '가드 왕국' 시대 이전에 삼성이 팀 속공 순위에서 상위 세 팀에 포함된 것은 2002-2003시즌이 마지막이었다.
이처럼 현역 시절 이상민 감독이 채운 코트의 색깔은 명확했다.
농구의 포인트가드는 야구의 포수와 비교되는 포지션이다. 경기를 하면서 코트 전체를 봐야하고 감독을 대신해 선수들을 이끌어야 할 때도 많다. 이상민 감독은 그 역할을 누구보다도 잘했고 또 가장 영리한 선수 중 한명이었다.
이상민 감독은 코치 시절에도 특히 가드들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였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선수들에게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조언이었다.
'이상민호'의 첫 시즌, 더 나아가 계약기간 3년의 성패를 좌우할 관건은 선수단의 구성이다. 자기 색깔을 내기 위해서는 먼저 입맛에 맞는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야 한다. 구단이 원하는 선수단 구성 방향과 이상민 감독의 구상이 일치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삼성에서는 김승현, 황진원, 이관희가 올해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또한 이관희는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를 지원한 상태다.
삼성이 올해 FA 시장에서 '큰손'의 위용을 과시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삼성은 지난 해 FA 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올해는 어떨까. 올해 FA 시장에는 정규리그 MVP 문태종을 비롯해 최정상급 포인트가드 김태술, 최우수수비상 수상자이자 삼성이 14년동안 시행한 '김현준 농구장학금' 수상자 출신이기도 한 양희종 등 단기간에 팀 전력을 바꿔놓을 거물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