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은 14일(한국시간) SEC가 콩고민주공화국과 인근 10여개 국가의 분쟁지역에서 생산된 금·주석·텅스텐·탄탈룸 등 광물을 사용한 상장기업에 보고 의무를 부과하고, 인터넷을 통해 일반에 공개토록 한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밝혔다.
제조사가 만든 상품을 스스로 비난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SEC는 지난 2012년 콩고 등 중앙 아프리카 일대에서 유혈사태를 일으키는 무장 반군이 '피의 광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같은 규정을 도입했다.
그러나 법원은 정부가 아프리카 분쟁지역에서 채취된 광물의 사용 여부를 직접 조사해 공개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장기업들에 사실 여부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한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분쟁지역에서 생산된 광물 사용 사실을 일반에 공개토록 한 것은 위헌이지만, 투자자들에게 공시하도록 한 의무규정은 문제가 없다고 결정했다.
SEC는 이날 법원 결정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분쟁광물 사용 규제를 요구해온 인권단체들은 이날 법원 결정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규제 자체가 존속할 것은 낙관하는 분위기다.
일반 공개의무화규정은 표현의 자유침해라는 판단이 내려졌지만, 투자자에 대한 공개의무화 규정은 문제가 없다는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SEC 규정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미국 상공회의소와 전미제조업자협회(NAM),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은 성명서에서 "콩고의 열악한 인권상황은 이해하고 있지만, SEC의 규정은 문제해결에 적당한 방법이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법원의 결정으로 당초 5월말까지였던 분쟁지역 광물 사용여부에 대한 첫 보고시한은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조만간 SEC가 첫 보고시한을 앞둔 상장기업들에 대해 공개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