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동부 도네츠크州, 對테러전 체제 선포(종합)

분리주의 시위대는 저항 태세…시위대 관청 점거 더 확산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긴장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도네츠크주를 비롯한 동부 지역의 주요 도시에서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친러시아계 주민들의 관청 점거와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는 군부대를 동원한 진압작전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 도네츠크주, 대테러전 체제 선포 = 세르게이 타루타 도네츠크주(州) 주지사는 14일(현지시간) 이날부터 관내 전역에 대(對)테러작전 체제가 발령됐다고 밝혔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타루타 주지사는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대테러작전은 우리 지역의 평화와 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공격적이고 광신적인 테러리스트들이 지역을 장악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루타는 폭력이 더 확산하는 것을 허용해선 안 된다면서 폭력으론 어떤 문제도 풀 수 없고 평화적이고 공개적인 대화를 통해 모든 이견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날 동부 지역에서 관청 건물 등을 점거하고 분리·독립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친러시아계 주민들에 대해 14일 오전 9시까지 점거중인 건물에서 떠나라고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군대를 동원한 대테러작전 차원의 진압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최후통첩을 한 상태다.

분리주의 시위대는 그러나 무기를 내려놓고 점거 중인 관청을 떠나라는 중앙정부의 최후통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자신들의 요구가 수용될 때까지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입장이다.

동부 루간스크주 (시위)조정위원회 위원인 알렉세이 츠물렌코는 이날 인테르팍스 통신에 "우리의 입장을 끝까지 지킬 것이며 시위대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고 누구도 항복할 생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에겐 탄약과 물, 음식 모든 것이 충분하다"며 "당국의 심리적 압박이 가해지고 있지만 아무도 투항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시위대 관청 점거 사태 더 확산 =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의 무력 진압 방침에도 동부 지역 분리주의 시위대의 관청 점거 사태는 오히려 더 확산하고 있다.

도네츠크주 북부의 슬라뱐스크, 크라스니리만, 크라마토르스크 등과 남부 마리우폴의 관청 건물이 시위대에 장악된 데 이어 이날 중부 고를로프카의 경찰서 건물도 시위대에 점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약 100명의 연방제 지지자들이 고를로프카의 경찰서 건물을 점거했다면서 이에 앞서 시위대와 경찰 간에 약 1시간에 걸친 공방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경찰서를 장악한 시위대는 안에 있던 경찰관들의 무기를 모두 빼앗고 이들을 밖으로 쫓아냈다. 시위대는 시청 건물도 장악하고 시내 주요 도로도 봉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 전 분리주의 시위대와 진압부대 간에 유혈 충돌이 벌어진 슬라뱐스크에서도 긴장된 대치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는 점거한 경찰서 건물 주변에서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도시로 들어오는 접근로는 모두 시위대에 의해 봉쇄됐으며 시내의 대중교통 운행도 중단됐다. 대부분의 학교와 상점 등도 문을 닫았다.


◇ 우크라 정치권서도 무력진압 반대 목소리 = 이처럼 상황이 계속 악화하자 우크라이나 정치권에서도 무력 진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주요 정치 지도자 가운데 한 명으로 유력한 조기대선 후보이기도 한 율리야 티모셴코 전(前) 총리는 동남부 지역의 분리주의 시위 사태를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현지 TV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즉각적인 무력 사용은 대규모 유혈사태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면서 "책임있는 국가 지도자는 이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두번째 해결책은 국제적 협상"이라며 오는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인 러시아-미국-유럽연합(EU)-우크라이나 4자협상에서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밝혔다.

동부 지역에 지지기반을 둔 '지역당' 대선 후보 미하일 도브킨도 이날 우크라이나 정부에 내전을 유발하지 말 것을 호소하면서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대행이 전날 발표한 대(對)테러작전 지시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 우크라 정부, 주민투표 수용의사 밝혀 =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는 시위대 무력 진압이란 '채찍'과 함께 분리주의 시위대가 요구해온 국가 지위 결정을 위한 주민투표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는 유화책도 제시했다.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 대행은 이날 의회 주요 정파간 조정회의에서 "의회가 결정하면 주민투표가 (5월 25일) 조기대선과 함께 실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위대는 그러나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대행의 이같은 제안을 믿을 수 없다며 군대를 동부 지역으로 파견하는 데 필요한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에 인접한 접경 지역 배치 군부대의 준비태세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군사정치연구센터 소장 드미트리 팀축은 전날 저녁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배치된 러시아 군부대 가운데 일부가 전투태세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측 주장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3만5천~4만명의 병력을 집결시켜두고 있다. 러시아로 병합된 크림 공화국에도 2만5천명의 러시아 병력이 주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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