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라는 조직의 특성과 간첩사건이라는 사건의 성격상 윗선의 개입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여론이었다. 하지만 50여일의 수사를 통해 내린 검찰의 결론은 대공수사부국장, 대공수사국장, 국정원장 등 '윗선'의 지시나 개입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로써 지난해 국정원 댓글 사건에 '맞서' 박근혜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라는 강수를 두고도 건재했던 남재준 국정원장이 이번에는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던 사건 초반의 예상과 달리 또 한번 면죄부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대통령 직속 정보기관이 특정 피의자의 간첩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증거를 조작한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을 이렇게 끝내도 되나 하는 의문은 강하게 남는다. 이런게 비정상의 정상화인가 하는 물음을 자꾸 던지게 된다.
증거조작 의혹이 불거졌을 때 언론에서 남재준 책임론을 들고 나왔던 것은, 남 원장이 직접 증거조작을 지시하거나 묵인했을 가능성이 높아서라기 보다는 정보기관의 일탈에 대한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가 강했다.
그렇지만 청와대는 지난번 국정원 댓글 사건 때처럼 아무렇지도 않다는 반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검찰 수사 결과 발표에 따른 청와대 입장을 묻는 질문에 "재판이 다 끝난 것이 아니다. 진상이 다 밝혀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판이 끝나지 않았다'는 말은 이 정부가 불리한 일이 있을 때마다 애용한다. 박 대통령도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서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말을 여러 차례 했지만 이 한마디가 집권 1년의 국정의 스텝을 꼬이게 했다.
또 이런 사건의 특성상 재판은 하세월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은 현재 1심 재판이 진행중인데,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언제 날지 모른다. 증거조작 사건도 마찬가지다.
댓글 사건과 증거조작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내려질 때 쯤이면 이 정권도 거의 저물어 갈 것이다. 이 때가서 누구에게 책임을 묻고 누구를 벌한다는 것인가?
증거조작 사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추상같은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검찰에는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고, 국정원에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지시하면서 "수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가 끝났다. 어찌됐든 국정원 직원 한 명이 구속되고 두 명이 불구속됐다. 그 것도 증거조작으로. 문제가 드러난 만큼 바로 잡아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이번에도 침묵하거나 재판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