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분리·독립과 연방제 채택을 요구하는 친러시아계 시위대와 우크라이나 진압부대 간 무력 충돌이 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슬라뱐스크시 진압 작전서 사상자 발생 =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아르센 아바코프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동부 도네츠크주 북부 도시) 슬라뱐스크에서 (진압 부대와 시위대) 양측 모두에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나왔다. 우리 측에선 국가보안국 장교 1명이 숨지고 보안국 대(對)테러센터 부대원 1명과 또다른 4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그는 "분리주의자 진영에서도 수를 확인할 수 없는 사상자가 나왔다"며 "분리주의자들은 민간인들을 인간방패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날 오전 아바코프 장관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무장 시위대가 주요 관청들을 점거한 슬라뱐스크시에서 진압 작전이 시작됐다고 밝힌 바 있다.
칼라슈니코프 자동소총과 권총 등으로 무장한 수백명의 분리주의 시위대는 하루 전 슬라뱐스크의 경찰서와 보안국 건물, 시청 등을 장악한 바 있다.
도네츠크주 주정부 보건국도 슬라뱐스크의 분리주의 무장세력 진압 작전 과정에서 1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보건국은 슬라뱐스크 시내에서 5명이 총격을 받아 부상했으며, 도네츠크주 아르툐모프스크에서 슬라뱐스크로 연결되는 도로에서 진압부대와 분리주의 무장세력 간에 무력 충돌이 벌어져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보건국은 그러나 사상자가 어느 진영에서 나왔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반면 분리주의 시위대는 슬라뱐스크에서 시위 참가자 1명이 숨지고 무력 진압에 동참한 극우민족주의 단체 '프라비 섹토르'(우파진영) 소속 무장세력 2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시위대는 우파진영 세력들이 시위 진압에 동참하기위해 슬라뱐스크로 왔다고 덧붙였다.
슬라뱐스크 시장 넬랴 슈테파는 이미 도시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우크라이나 보안 당국 관계자는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진압부대 대원들이 모두 서부 지역에서 차출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헬기를 이용해 진압 부대원들을 수송하고 있다고 친러계 시위대는 주장했다.
스스로를 슬라뱐스크 자경단이라고 소개한 무장세력은 시위대 진압을 위해 우크라이나 국가근위대 소속 부대원들이 장갑차 등을 이용해 슬라뱐스크로 접근하고 있다며 이들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도시 진입 길목에 검문소들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 다른 동부 도시들에선 시위대 관청 점거 확산 = 슬라뱐스크에 이웃한 북부 도시 크라스니리만과 크라마토르스크 등에서도 분리주의 무장 시위대가 지역 경찰서 건물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네츠크주에서 두번째로 큰 남부 도시 마리우폴의 시청 건물도 이날 시위대에 장악됐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약 1천명의 시위대가 시청 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다 건물 안으로 진입해 청사를 점거했다. 시위대는 뒤이어 건물 앞에 타이어와 보도블록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 진입에 대비하고 있다.
이밖에 도네츠크 중부 도시 예나키예보에서도 시위대가 경찰서와 시청 건물 등을 장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네츠크 주에 인접한 하리코프시 시내에선 이날 연방제를 지지하는 친러시아계 주민들과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를 지지하는 주민들이 동시에 시위를 벌였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이날 정오께 하리코프 시내 셰프첸코 동상 주변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든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의 국가 통일성을 지지하는 구호를 외쳤다.
동시에 레닌 동상이 있는 '스보보다'(자유) 광장에는 우크라이나의 연방제 채택을 요구하는 주민들이 집결했다. 주민들은 동남부 지역의 분리·독립과 연방제 채택을 요구하는 한편 오는 5월 25일로 예정된 조기대선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양측 시위대는 집회 이후 해산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차단선을 뚫고 서로 충돌했으며 이 과정에서 최소 3명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 우크라 의회 관계자 "美 CIA 국장 키예프 비밀 방문" = 한편 우크라이나 의회 관계자는 이날 인테르팍스 통신에 존 브래넌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전날 저녁 키예프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지도부와 면담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브래넌 국장이 가명을 이용해 키예프에 도착한 뒤 우크라이나 지도부, 보안 당국 지도자들과 잇따라 면담했다"면서 "우크라이나 동부 슬라뱐스크의 시위대 무력 진압 결정도 그의 지시로 내려졌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나 러시아 당국은 아직 이를 공식확인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크림 병합에 뒤이어 친러시아계 주민들의 분리주의 움직임이 거세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선 최근 시위대의 관공서 건물 점거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도네츠크주 주정부 청사와 루간스크주 지역 보안국 건물도 여전히 시위대에 장악된 상태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그동안 무력 진압으로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이것이 다시 러시아의 군사개입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시위대 강제진압을 자제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