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구 하차 '권법' 꼭 교체해야 했을까, 영화계 반응은

"무려 9년간 준비한 작품, 여진구 스케줄 큰 위험부담"

제작비 200억 원대의 한중 합작 영화 '권법'(박광현 감독)에서 주연배우 여진구가 하차한다.

여진구 소속사가 8월 촬영예정이던 권법에 앞서 7월초까지 이민기와 주연하는 영화 '내 심장을 쏴라'를 찍기로 최종 확정하면서 제작사와 소속사 간 이견의 폭을 좁히지 못한 결과다.

10일 제작사와 소속사는 이 문제를 두고 미팅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앞서 여진구가 권법에서 하차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한동안 그 이유를 둘러싸고 진실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왜냐하면 제작사가 한류스타 김수현과 접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투자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소속사가 당시 "하차는 금시초문" "일방적 하차통보"라고 분개하면서 마치 제작사가 중국 투자자의 입김으로 주연배우를 교체하려고 한 것처럼 비춰졌다.

제작사에 여론의 뭇매가 쏟아졌고 여전히 중국압력설을 믿는 이들도 있으나 투자사와 제작사는 중국 압력설은 낭설이라고 주장했다.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11일 노컷뉴스에 "중국 측으로부터 주연배우 교체 압력을 받았다는 소문은 낭설"이라며 "여러 곳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만큼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며 제작비의 70%가 중국자본이라는 소문도 사실이 아니며 2월 공식자료를 통해 밝힌 대로 20% 조금 상회하는 비율"이라고 주장했다.

공동제작사인 스카이워커의 정재욱 대표도 13일 "중국투자자의 입김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영화 '화이'를 보고 박광현 감독이 여진구에게 꽂혔고, 200억 원대의 작품을 책임지기에 다소 모험적인 캐스팅이 아니냐는 주위의 반응이 있었으나 여진구가 권법 역할에 적격이라는 믿음으로 중국과 국내 투자자를 설득했다"며 중국외압설을 부정했다.


정대표는 중국 문제가 아니라 전적으로 주연배우의 스케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진구가 4월말까지 거의 매일 촬영하다시피 하는 시트콤 '감자별2013QR3' 종료 이후 5월부터 7월까지 우리 영화에 집중해주길 소속사에 간곡히 요청했는데 그것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장고 끝에 여진구를 포기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영화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8월 촬영을 포기하면서까지 주연배우를 교체해야 했을까? 실제로 여진구 하차 소식이 전해진 뒤 권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됐다. 여진구가 어른들의 욕심으로 희생양이 됐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정대표는 "실제로 8월 촬영이 어렵게 됐고 향후 캐스팅 난항이 예상되고 투자사와도 이야기를 풀어야 한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약해지를 할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소속사 측에서는 권법 촬영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저희로서는 워낙 대작인데다 박광현 감독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준비해온 작품이라 그런 일정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권법 촬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판단했다."

권법은 박광현 감독이 영화 '웰컴 투 동막골'(2005)이후 무려 9년간 매달려온 작품이다. 당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차기작으로 권법을 언급했을 정도로 오랫동안 준비해온 프로젝트다.

"여진구가 워낙 바빠 그동안 두번밖에 못만났다. 그래서 감자별이 끝나면 권법에 필요한 무술 트레이닝을 본격적으로 하고, 감독과 대본 리딩 및 캐릭터 분석에 들어갈 계획이었는데, 그 기간에 작품을 1편 더 하면 어린 배우에게 심리적 육체적으로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봤다. 박 감독의 비전을 믿고 기다려준 스태프들, 7-8년 전부터 약속됐던 오광록 최민수 임원희 등 조연배우 등 작품 전체를 생각할 때 여진구의 스케줄은 큰 위험부담으로 다가왔다."

김수현 등 여진구와 계약된 상태에서 다른 배우와 접촉한 행동에 대해서는 "세련되지 못하게 진행해 물의를 빚었다"고 인정했다.

"다만 우리는 3월부터 여진구 소속사 측에 두 작품 모두 하는 것은 무리라고 전했고 만약 그럴 경우 둘 중에 한 작품을 선택해야한다는 입장도 전달했는데, 소속사의 생각이 달라지지 않았고 내 심장을 쏴라 캐스팅 보도도 나오면서 권법을 포기하나보다 생각했다. 소속사의 입장을 마지막으로 다시 확인하기 전에 김수현을 비롯한 몇몇 배우들의 컨디션을 확인한 것은 실수다. 다급한 마음에 그렇게 한 것으로, 실제로 시나리오만 전달했지 특정 배우와 미팅을 한 것은 아니다."

그는 "일을 마무리하려고 소속사와 미팅을 예정한 날 기사가 터졌다"며 "결코 한류스타로 교체하기 위해 계약 상태인 여진구를 두고 다른 배우를 알아본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제작사 잘못? "주연배우 책임감" 주장도 나와

권법 사태를 두고 영화계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나 전부 제작사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중국압력설을 여전히 믿는 한 영화 관계자는 "가장 큰 요인은 중국압력설 같지만 여진구 소속사의 과욕도 문제였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제작사의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도 문제였고, 소속사의 결정도 무리수였다고"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몇 년 작품수는 늘고 배우는 한정되면서 주연 배우들조차도 두 작품을 양립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소속사에서는 이런 관행에 비춰 무리가 아니라고 볼 수 있었겠으나 제작사 입장에서 큰 예산의 영화에 주연배우가 자사 영화에 집중해주길 바라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소속사의 잘못"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 관계자는 "인기있는 배우의 경우 수편의 작품을 동시에 제의받는다"며 "만약 부득이하게 작품이 겹치면 계약 전에 양해를 구하는 게 상도의"라고 했다.

그는 "권법과 계약한 직후 다른 작품을 하겠다고 한 것은 매우 예의에 어긋나는 행위"라며 "주연배우가 권법에 주력한다고 했으니 캐스팅이 이뤄진 것일텐데 이후 다른 작품을 언급하는 것은 이 영화에 오랫동안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감독과 스태프들에게도 실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영화는 잘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라는게 있고 권법은 특히 많은 준비가 필요한 영화라는걸 그간 지켜본 영화계 관계자라면 누구나 안다"며 "영화가 잘돼야 배우에게 이롭듯, 여진구가 아직 어린 10대라고 하나 한 작품을 책임지게 된 상황에서 주연배우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여진구 소속사의 김원호 이사는 13일 노컷뉴스에 ""현재 감자별을 촬영하고 있고 향후 내 심장을 쏴라 촬영에 올인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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