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의 깊은 한숨 "잘 쳐도 주자가 없으니..."

'달려라, 하니!' 삼성은 최근 1번 타자를 정형식에서 김상수, 박한이 등으로 바꾸는 등 테이블 세터진 부진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12일 SK전에서 박한이가 포수 앞 땅볼을 친 뒤 1루에서 아웃되는 모습.(대구=삼성 라이온즈)
프로야구 SK-삼성의 경기가 열린 12일 대구구장. 경기 전 류중일 삼성 감독은 타선의 불균형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중심 타자들이 컨디션이 좋지만 테이블 세터진이 부진하다는 것이다.

류 감독은 "요즘 3~5번이 좋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말에 "중심 타자들은 잘 치는데 앞에 꼭 주자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앞에서 밥상이 차려지지 않으니 클린업 트리오가 잘 쳐도 타점 기회가 없다는 뜻이다.

삼성 중심 타자들의 방망이는 뜨겁다. 12일까지 3번 박석민이 타율 4할5푼5리(33타수 15안타) 2홈런, 4번 최형우가 타율 3할3리(33타수 10안타), 3홈런, 5번 채태인이 타율 3할5푼9리(39타수 14안타) 1홈런을 올렸다. 6번 이승엽도 타율 3할4푼3리(35타수 12안타) 1홈런이다.

하지만 1, 2번 타자들은 저조하다. 당초 지난해까지 붙박이 1번 배영섭의 군 입대 공백을 메울 후보는 정형식이었다. 그러나 정형식은 타율 1할3푼8리(29타수 4안타)에 허덕이고 있다. 2번으로 나서는 나바로도 타율 2할3푼7리다. 출루율도 정형식이 2할3푼5리, 나바로가 3할1푼이다.


때문에 삼성은 정형식 대신 김상수, 박한이 등을 1번으로 기용하기도 했다. 김상수는 타율 2할7리, 출루율 3할2푼4리로 그나마 낫지만 유격수로 수비 부담이 많아 9번으로 내려갔다. 최근 1번으로 나섰던 박한이는 타율 2할, 출루율 2할7푼5리에 그쳐 있다.

'깨어나라 정형식' 삼성 배영섭의 1번 공백을 메울 후보로 꼽혔던 정형식(사진)은 타율 1할대, 출루율 2할대 부진에 머물러 있다.(자료사진=삼성 라이온즈)
통상 득점은 1, 2번이, 타점은 중심 타선이 많지만 삼성은 오히려 반대다. 타점 팀 내 1위는 나바로(8개)고, 득점 1위는 최형우(9개)다. 나바로는 득점(5개)보다 타점이 많고, 최형우는 타점(6개)보다 득점이 많다. 박석민(4타점, 6득점)도 마찬가지다. 정형식과 박한이는 3득점에 머물러 있다.

이러다 보니 삼성은 타점 10위에 단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나바로가 공동 12위, 지난해 2위(98개)였던 최형우가 공동 31위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이런 양상이 이어지면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가 날 수 있다.

12일 경기도 테이블 세터진의 부진이 이어졌다. 박한이와 나바로가 5번씩 들어서 한 차례씩만 출루했다. 초반 두 타석에서 침묵하며 초반 기세를 살리지 못했다. 뒤진 경기 후반에도 무기력하게 물러나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했다. 0-1로 뒤진 4회 최형우의 역전 2점 홈런 때도 앞선 주자는 3번 박석민이었다.

그나마 박한이, 나바로는 5회 볼넷을 골라냈고, 나바로는 득점에도 성공했다. 또 선발 멤버에서 빠졌던 정형식이 교체 투입돼 7회 안타와 9회 날카로운 안타성 타구를 날린 게 위안거리다. 그러나 결국 팀은 불펜 난조까지 겹쳐 7-10 패배를 안았다.

과연 삼성 테이블 세터진이 살아날 수 있을지, 류중일 감독의 고민이 풀릴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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