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회만 찾는 與…어르신들 "기초연금법 난 몰라"

"돈 몇만원 더 받는다고 내 생활 달라지나"

지난해 1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용산구 효창동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관계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유일호 정책위의장 및 안종범 정책부의장 등 새누리당 의원들은 11일 오전 용산구에 위치한 대한노인회를 방문했다. 노인회 소속 임원과 각 지역회장들에게 지난 9일 기초연금 여야정 합의체가 결렬된 것 대한 사과와 해명을 하기 위해서다.


이날 한 노인회 간부는 “당초 공약과 달리 노인 70%게만 지급하는 방안도 우리가 동의했는데 법안 통과가 자꾸 미뤄지는 것 같다. 빨리 통과해줘야 한다”고 여당 의원들을 압박했다.

노인회 간부들의 계속되는 질타에 유 정책위의장은 “야당 내에서도 변화기류가 있고, 원내지도부가 최후의 일괄 타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목숨을 건다는 각오로 꼭 통과 시키겠다.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1시간여 동안 이어진 해명과 오는 16일 본회의 통과를 약속한 뒤에야 의원들은 노인회를 떠날 수 있었다.

이처럼 여당은 매번 기초연금협상이 암초에 부딪힐 때마다 노인회를 찾아와 사과와 조속한 법안 통과를 약속했다.

하지만 실제 혜택을 받아야 할 대부분의 노인들은 정책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길이 없었다. 정부나 정치권 그 어느 쪽도 일반 노인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이나 대화 노력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법안의 용어를 평범한 노인들이 이해할 리 만무하다. 실제로 기자가 거리로 나가 만난 노인들 대다수는 법안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 상세한 내용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몇 해 전까지 빌딩에서 경비원으로 일했다는 한 모씨(82.남)는 ‘새롭게 야당이 내놓은 기초노령연금 절충안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솔직히 기초연금에 대해 물어도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니까 대답하기가 어렵다”면서 “정부가 정책에 대해 좀더 쉽게 설명해 주지 않는 게 큰 불만”이라고 얼굴을 찌푸렸다.

이어 ”대통령이 TV에 나와서 확실하게 설명도 하고 정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기적으로 말해주면 좋겠다“며 ”뉴스 같은 거 보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솔직히 돈 몇 만원 더 받는다고 해서 내 생활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저 계속되는 정치 공방에 피로감을 느끼며, 조속히 법안이 통과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대부분이었다.

평생 공사현장에서 일했다는 변 모씨(80.남)는 “우리야 빨리 기초연금법이 통과될수록 좋다. 정부에 돈이 없으니 70퍼센트만 지급하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급식소에서 근무 중인 남 모씨(77.여)는 “솔직히 노인들이 많은데 다 주기는 힘들 것 같다”면서 “법이 통과되지 못하는 것은 정치권 모두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여야 모두를 질책했다.

정치권이 공방에만 몰두하면서 정작 노인들과 소통하고 대화하려는 시도는 해보았는지 이제라도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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